생활 속에 산·염기, 너희의 정체는
2008.08.03 12:16
수정 : 2014.11.06 08:00기사원문
■따로 또 같이
염산, 황산, 아세트산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 정답은 화학식에 모두 수소(H+)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물 속에서 이온화할 때 수소 이온을 내놓는다. 또 신 맛이 나고 금속과 반응하며 리트머스 종이를 붉게 변화시키 성질도 같다. 하지만 각각 갖고있는 음이온의 종류가 달라 다른 성질도 보인다.
산은 우리의 음식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다. 김치는 발효 과정을 통해 젖산을 생성한다. 젖산은 인간의 장 속에서 유해한 균이 생존할 수 없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 또 김치엔 비타민C 도 있는데 이 역시 산성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음식의 맛을 돋우는 식초도 산의 일종이며 지질학자들은 암석이 석회암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데 염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반면 염기는 화학식에 공통적으로 수산화이온(OH-)를 포함하고 있다.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은 물 속에서 이온화하면 금속의 양이온과 수산화이온으로 나뉜다. 이 수산화이온은 쓴 맛을 내게 한다. 또 리트머스 종이는 푸르게 변화시킨다. 그러나 모든 염기가 수산화이온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암모니아의 경우 수산화이온이 없지만 물 분자와 반응해 수산화 이온을 내놓는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염기성 물질은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드는 비누다. 수산화나트륨은 대체로 먼지와 기름 성분에 반응해 비누는 물론 하수구 세척제 원료로도 쓰인다.
또 수산화마그네슘이나 탄산칼슘은 제산제의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간과 염기의 성질을 생활속에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다.
■ 수소이온농도(pH)를 측정해 판단
산성이냐 염기성이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수소 이온의 농도를 표현하는 pH. 이는 0부터 14까지의 단계로 나뉘는데 7을 기준으로 낮으면 산성, 높으면 염기성으로 본다.
나팔꽃의 경우 꽃이 피어감에 따라 꽃잎에 있는 효소의 조절 작용으로 수소이온의 농도가 감소한다. 붉은 보라색을 띠는 꽃망을의 pH는 6.6으로 약한 산성이지만 활짝 핀 푸른 꽃잎의 pH는 7.7로 약한 염기성을 갖게되는 것.
하천의 물고기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화학물질을 배출해 pH를 조절함으로써 다른 물고기들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한다. 또 pH 값은 물고기의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럼 pH값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맛으로 판단하는 법이다. 신 맛이 진할 수록 산성이 높고 쓴 맛이 강할수록 염기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물질을 먹어볼 수는 없으니 pH미터기를 주로 사용한다. pH미터기로 측정해보면 레몬과 귤은 pH2, 탄산음료는 pH3이며 토마토는 pH4정도의 산성을 띤다. 우유와 달걀은 각각 pH6.5와 8로 중성에 가깝고 베이킹 파우더는 pH9, 하수구 세척제는 pH13 정도다.
pH7을 1로 볼 때 pH6은 수소 이온의 농도가 10배 높은 것이고 pH5는 100배 높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pH9는 100분의 1이라고 보면 된다.
■pH를 조절해 소화를 돕는다
pH는 꽃의 색깔, 수생생물의 활동 뿐 아니라 인간의 몸 속에서 일아나는 소화과정에도 깊이 간여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소와 수분이 포함돼 있는데 수분을 제외한 다른 영양소는 소화기관에서 바로 흡수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몸은 소화효소를 이용해 이들을 분해한다.
우선 입 안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우리는 이를 잘게 부수며 침과 섞는데 침은 pH7 정도를 유지한다. 이는 분해효소인 아밀라제가 가장 잘 작용하는 값.
실제 음식을 계속 씹으면 단 맛이 나는 것은 아밀라제가 음식과 혼합되며 녹말이 당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또 식도에선 염산과 펩신을 분비한다. 염산이 분비되면 위는 입 안 보다 10만배가량 높은 산성을 띠는 pH2의 수소 이온 농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환경은 펩신이 음식물을 단백질보다 작은 분자인 펩톤으로 분해하는 작용을 돕는다. 또 소장에선 pH8의 이자액으로 염기성 환경을 만들어 효소가 최적으로 작용하게 만들어준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