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어머니’가 나를 다시 무대로 불러냈죠

      2009.04.22 16:49   수정 : 2009.04.22 16:49기사원문


손숙(65)의 대표작 ‘어머니’가 오는 25일부터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99년 서울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린 무대에서 어머니 역을 처음 맡아 울음을 토해낸 지 꼭 10년 만이다.

‘어머니’는 연극배우 손숙에게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준 작품이다. 지난 10년간의 공연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像)을 제시했다는 점에선 ‘영광’이요, 배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관직에 임명된 뒤 낙마의 빌미를 제공한 작품이 바로 ‘어머니’였다는 점에선 ‘상처’다(지난 99년 환경부 장관으로 입각한 손씨는 ‘어머니’ 러시아 공연 때 전경련으로부터 받은 격려금 문제로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세월이 약(藥)이라고 했던가. 손씨의 감정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섭섭한 감정이 없지 않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장관직에 오래 있었으면 연극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손씨는 해맑게 웃었다.

‘어머니’가 스승 이해랑 선생(1916∼1989)의 이름을 단 극장에서 공연된다는 사실도 손씨로서는 가슴 뭉클한 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겸 연출가 이해랑은 중앙국립극장장, 예총 회장 등을 지낸 한국 연극계의 거목으로 손씨에게는 ‘연극적 젖줄’과도 같은 존재다. 지난해 말 이해랑예술극장이 개관할 때도 직접 사회를 봤을 정도로 손씨의 스승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동국대 캠퍼스 안에 위치한 이해랑예술극장은 선생의 자제인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선생의 유지에 따라 동국대에 기부한 20억원의 기금으로 리모델링한 3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지난 1월 17일∼3월 8일 첫 공연작으로 올렸던 강부자 주연의 ‘친정엄마와 2박3일’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일반에도 널리 알려졌다.

‘어머니’는 육친(肉親)의 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어머니’는 연출자인 이윤택이 실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작품이지만 세상 모든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손씨는 “이윤택이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어머니’는 바로 내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하다 보면 유독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자주 난다”고 했다.


지난 2005년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어머니’를 공연할 때의 일이다. 난생 처음 고향 무대에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 공연 도중 객석을 둘러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정면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손씨는 “그날처럼 공연을 하면서 많이 울고 감정이 북받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다른 작품은 몰라도 이 작품을 어머니에게 보여 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다.
남편의 바람기와 혹독한 시집살이에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신산(辛酸)을 겪어 온 삶을 해학적이면서도 가슴 절절하게 그리고 있는 ‘어머니’에는 손씨 외에도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 하용부, 김미숙·변진호·이승헌·한상민·홍선주 등 연희단거리패 소속 배우들이 출연한다. 4만4000원. (02)333-7203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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