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에 시달리는 의사들

      2010.03.22 17:36   수정 : 2010.03.22 17:36기사원문
흔히 병원의 의사는 질환을 치료해주는 존재로 인식되지 그들의 병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

하지만 환자의 질환과 씨름하다보면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직업병에 시달리는 의사들이 많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과계열 수술의 사이에 가장 흔한 직업병은 만성위장병이다. 을지병원 산부인과 김대운 교수는 “업무가 바쁘고 특히 수술이 많은 과의 경우 전공의(레지던트) 시절부터 식사주기가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생긴 만성위장병도 문제지만 잘못된 식사 버릇이 그대로 남아 나이 들어 더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사나 모임 등에 가서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그릇을 비우는 외과 의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양한 정신병 환자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의 경우 자신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환자의 증상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에게 분노, 거부반응 등이 생길 수 있다”며 “환자와 상담한 의사가 환자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전공의들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상담해 주는 감독자(supervisor) 제도를 시행해 스트레스를 줄여주기도 한다”며 “정신과 전문의가 된 후엔 서로 상담을 하거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밤낮으로 분만이 일어나는 산부인과의 경우 부족한 수면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져 만성적 피로가 누적되는 일이 허다하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의 경우 늘 선잠을 자며 대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면 부족을 해소할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가장 안타까운 직업병은 소위 ‘기피 직종’에 속하는 과에 근무하는 의사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인기 없는 과라서 전공의가 몇 년째 없다보니 고령의 교수들이 보조 의사도 없이 혼자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의 수술을 하다 디스크, 근육통, 인대 손상의 질환을 앓기도 한다”며 “간호사와 함께 환자를 침대로 옮기다 자신이 오히려 허리를 다치는 교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 상주하는 의사들이므로 자신의 병은 곧바로 치료하기 쉬울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는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한 병원 전공의는 “환자들의 수술이나 진료 예약이 가득 찬 날 환자를 밀어내고 의사 자신의 병을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동료 중에 발목 인대를 다쳤지만 계속되는 수술 스케줄 때문에 치료를 미뤄 만성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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