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골 5곳서 희귀식물 무더기 발견
2010.08.29 09:00
수정 : 2010.08.27 15:25기사원문
▲ 풍혈지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개병풍. |
국립생물자원관은 강원 화천 풍혈 및 정선 풍혈 등 최근 새롭게 알려진 5개 풍혈지(風穴地)에 대한 식물상 조사를 통해 참골담초, 개병풍, 애기가물고사리 등 다수의 희귀식물 자생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풍혈지는 여름철에 너덜지대(전석지·轉石地·소형 포유류 서식지대) 사면의 암괴 틈에서 찬 공기가 스며 나오고 결빙현상을 보이는 등 국소적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지역으로 ‘얼음골’ 또는 ‘하계동결현상지’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풍혈지에 대해서는 기후 및 지형학적 연구가 있었지만 식물상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풍혈지에 대한 식물상 조사는 이미 널리 알려진 7개 풍혈지(경남 밀양 얼음골, 전북 진안 풍혈, 경북 의성 빙혈 등)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시작됐으며 ‘뚝지치’ ‘한들고사리’ 등 희귀식물이 우리나라(남한)에 분포하고 있음을 최초로 밝혀낸 바 있다.
특히 강원 홍천의 얼음골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악산 능선부에만 소수개체가 남아 있는 ‘월귤’이 대규모로 발견되기도 했다.
5개 풍혈지에 대한 조사결과, 한반도 고유종인 ‘참골담초’ ‘산개나리’ ‘자병취’와 함께 ‘흰인가목’ ‘꼬리까치밥나무’ ‘북분취’ ‘큰제비고깔’ 등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양한 북방계 희귀식물들이 함께 발견됐다.
또 정선 풍혈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에 해당하는 ‘개병풍’의 새로운 군락지를 확인했다. 개병풍은 강원 일부 지역(주로 석회암지대)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세계적으로도 중국의 동북 3성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생지가 1∼2곳에 불과한 애기가물고사리, 공작고사리, 토끼고사리, 개석송, 두메고사리 등 다수의 북방계 희귀 양치식물의 새로운 국내 분포지를 찾아냈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대로 풍혈지에서 북방계 희귀식물들이 다수 생육하는 것은 빙하기에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들의 최후 빙하기 이후 이주과정에서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풍혈지가 피난처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자원관은 판단하고 있다.
자원관은 이런 풍혈지에 생육하는 식물들은 멸종위기에 직면한 식물종들의 유전적 다양성 감소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최후 빙하기의 기후 환경 및 식생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 증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학, 지질학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닌 풍혈지는 여름철 피서객의 의한 밟힘과 인공구조물 설치 등으로 원형이 지속적인 훼손되고 있어 희귀식물의 소실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자원관은 국내 풍혈지에 대한 생물학적 조사 및 소집단으로 격리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종들에 대한 유전적다양성 등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 그 결과를 바탕으로 증식, 복원 등 풍혈지 식물에 대한 현지내·외 보전대책을 수립,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