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넘치는 행성 있을까
2010.12.10 18:15
수정 : 2010.12.10 18:15기사원문
이 행성의 이름은 WASP-12b. 지구에서 약 12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며 목성 질량의 1.4배가량이다. 자신의 항성(태양 등의 별)과의 거리가 지구에 비해 4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항성에 '잡아 먹히고 있는' 행성이다.
이 정도 외계행성이라면 1990년대부터 발견된 500여개의 외계행성들 중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WASP-12b의 특징은 구성 성분에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개 이 행성과 유사한 다른 행성들이라면 대기 중 탄소 대 산소 비율이 0.5가량이어야 한다. 하지만 WASP-12b는 탄소 성분이 2배가량 더 많았고 탄소기반 화합물인 메탄이 100배가량 더 높았다.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탄소가 넘쳐나는' 행성이다.
■주변에 '다이아몬드' 자매행성도 존재 가능해
WASP-12b는 목성과 유사한 가스행성이다. 따라서 단단한 지표면이나 암반이 존재하진 않는다. 하지만 WASP-12b의 존재는 외계생물학이나 행성지질학계에선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천문연구원 외계행성연구그룹장 김승리 박사는 "대개 우리 태양계와 같은 항성계가 만들어질 때는 유사한 성분의 가스나 먼지 등으로 주변 행성들이 형성될 수 있다"며 "WASP-12b에 탄소성분이 풍부하다면 주변에 탄소덩어리로 이뤄진 암반 형태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규소로 된 암반 위주인 지구와 달리 탄소가 압축된 작은 '다이아몬드 행성'도 WASP-12b 근처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프린스턴대학 니쿠 마두수단 박사도 "탄소가 풍부한 행성이라면 순수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거대한 지형물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WASP-12b 자체도 생명체의 서식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지구 생명체가 살기엔 항성에 너무 가까워 뜨거운 행성이지만 메탄 기반 생명체라면 생존하고 있을 수 있다. 메탄은 탄소와 수소로 이뤄졌으며 지구에선 생명체의 신진대사 결과 생성되기 때문이다.
■직접 볼 수도 없는 행성 구성성분 어떻게 알까
1200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WASP-12b를 직접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은 아직 없다. 따라서 외계행성의 구성성분을 측정하는 것은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행성이 항성 앞으로 이동할 경우 항성의 빛이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게 된다. 이때 행성의 구성성분, 특히 대기의 구성성분에 따라 미세하게 빛의 스펙트럼이 변하게 되는데 이를 측정하면 행성의 주된 화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김 박사는 "만일 이 방식으로 태양계 밖에서 지구를 측정한다면 마찬가지로 지구의 주요 구성성분을 상당 부분 맞힐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이보다 더 강력한 관측방법이 개발 중이다. 2018년 칠레 라스캄파나스 천문대에 설치될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은 반사경 지름이 25m, 무게가 무려 1125t이나 되는 망원경으로 약 130억광년 밖 우주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이 망원경이 완공되면 WASP-12b 등의 외계행성 스펙트럼을 더욱 정밀하게 알 수 있으며 심지어는 직접 촬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사업비가 약 7억4000만달러인 GMT 사업에는 미국, 호주와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도 2009년부터 10%의 지분을 투자해 반사경 기술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도 1년에 한 달가량 이를 이용할 수 있어 국내 천문관측분야도 급속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사진설명=목성에 비해 질량이 1.4배인 WASP-12b 행성. 탄소와 메탄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진 최초의 외계행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