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나를 만난다..6월26일까지 이영빈展
2011.05.23 21:38
수정 : 2014.11.06 18:06기사원문
▲ 이영빈 '탕(Bath)' |
그녀에게 목욕탕은 어떤 공간일까.
대중목욕탕은 사람들이 벌거벗고 만나는 정겨운 곳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그림 속에서 그곳은 고립무원처럼 느껴진다. 휑한 공간 속에서 작은 몸의 여자가 쭈그리고 앉아 몸을 씻는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녀 혹은 그녀들은 작게 그려져 있다. 대신 관람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종과 횡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격자무늬 타일이다. 언뜻 보면 키 작은 여자는 수많은 선들의 교차로 이뤄진 격자무늬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목욕탕을 소재로 한 '탕(Bath)'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해온 젊은 작가 이영빈씨(31)가 신작 10여점과 150여점의 드로잉 작품을 내건 대규모 개인전을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녀의 세 번째 개인전이지만 '탕'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사실상의 첫 개인전이나 다름없다.
알쏭달쏭하기만 한 그녀의 그림을 앞에 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목욕탕을 그리는 것이냐고. 그랬더니 작가는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것뿐"이라고 짧고 명료하게 답했다. 또 물었다.
그러면 당신에게 목욕탕은 어떤 의미냐고. 머뭇거리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목욕탕은 나의 내면과 만나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나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지요. 벌거벗은 채 타인과 만나야 하는 그곳은 어쩌면 가고 싶지 않은 불편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녀오면 마음이 개운하잖아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그녀에게 목욕탕은, 그리고 몸을 씻는 행위는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는 신생(新生)의 의미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생활 속 단상을 즉흥적으로 그린 드로잉 작품에서도 작가의 그런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6일까지. (02)720-1524/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