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 ‘Gimpo’ 어떻게 읽으세요?

      2012.05.29 14:27   수정 : 2012.05.29 14:27기사원문
한국인도 힘든 지하철역 로마자 표기법

올 1·4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0% 늘어난 248만명을 기록했다. 여수세계박람회 등 각종 행사까지 열리면서 올해 관광객 수가 1100만명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시내관광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단연 지하철이다. 때문에 다양한 언어권에서 오는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명을 한글과 한자,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이같은 표기가 굉장히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로마자로 된 역명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이 여전히 많아 보완 대책이 필요하는 지적이다.

한국을 두 번째 방문했다는 일본인 하야시(26)씨는 "한자의 한국어 발음과 영어가 안맞는다고 느낀 적이 있다"며 "이쪽(한국) 영어를 읽을 수 없어 한자가 없었다면 조금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모녀 바바라(58)씨와 사만사(24)씨는 "김포공항이 워낙 유명해서 'Gimpo'를 '김포'로 읽긴 하지만 사실 영어권에서 'Gim'은 (대체적으로) '짐'으로 읽는다"고 전했다. 한국에 온지 7개월째라는 중국인 유학생 재염(30)씨는 "지하철역 이름을 친구에게 보여줬을 때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역명의 로마자 표기를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는건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ㅚ' 발음인 'oe'는 아예 읽기를 포기하거나 한참 조합해낸 뒤 읽었다. 회사원 서고은씨(28세)는 "지명이라 (우리말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최모씨는 한국어와 로마자가 일대일로 대응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현 표기법이 어려운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0년 로마자 표기법 개정 당시 일각에선 너무 내국인 시각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포공항'의 표기법을 'Kimpo'에서 'Gimpo'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다. 회사원 이가현씨(27세)는 "한국인 입장이다보니 'Gimpo'를 '짐포'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원래 표기법으로 되돌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연구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외국인이 '짐포'로 발음하니 'Kimpo'로 하는 것은 오히려 지나치게 외국인 중심적이라는 설명이다. 어문연구팀 김한샘 연구관은 "영어에서 'gi'로 시작되는 말이 모두 '지'로 발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글의 로마자 표기를 외국인들이 별도로 익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5월 제26차 유엔(UN) 지명 전문가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이 우리나라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한국 지명을 표기하기로 했다"며 현행 표기법을 개선하기보다 보급과 홍보를 통해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국어연구원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언어권별로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었고 초창기에 해당 사항을 홍보했으나 지금은 주춤한 상태"라며 "앞으로 공항이나 관광지 등에 표기법 설명 자료를 배포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 2009년 국민들의 어문생활 실태와 규범을 최대한 근접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의견 수렴 작업에 착수했고 내년께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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