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이초희(Lee Cho Hee)가 ‘전국노래자랑’을 대하는 자세

      2013.08.16 18:53   수정 : 2013.08.16 18:53기사원문

이초희를 처음 본 사람은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끄러움 많은 짝사랑녀 '현자'로 출연한 이초희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충무로에 깜짝 등장한 신인 같지만 이초희는 오래 전부터 연기 한 길을 보고 걸어온 배우다.


'전국노래자랑' 개봉 일주일여가 지나고 이초희를 만났다. 상큼한 미소를 띄며 걸어 들어와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초희는 '현자'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은 모습이었다.

웃음 많고 조곤조곤한 말투는 '전국노래자랑' 속 '현자'를 보는 듯 했다.


짝사랑도 안해본 내가 '현자'라니..처음에 고민 많았죠


'전국노래자랑'에서 이초희가 연기한 '현자'는 내성적이고 수줍음 가득한 여자지만 무대에서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하는 용기도 가진 당당한 매력의 소유자다. 이초희는 "영화 속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는 말에 "내 연기를 보면 부끄럽다. 많이 부족하다. 평가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중 '현자'에 대해 묻자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내가 캐릭터와 굉장히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불편하지 않기 위해 내 모습을 많이 넣었다. 나도 생각이 많거나 생각의 충돌이 있을 때 말이 느려지고 어눌해지고 손동작이 많아진다. 처음에 '현자'와 내가 멀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그런 모습을 투영시켰다. 나를 극대화해서 (캐릭터에) 넣다 보니 비슷한 부분이 많아지더라"고 털어놨다.


이초희는 "그런 모습을 발견 못했을 때는 혼자서 고민이 많았다. 우선 짝사랑을 해 본적이 없다. 서로 좋아하거나 그가 나를 좋아하면 나도 그가 좋아지는 쌍방 사랑만 했다"며 '현자'와 다른 면을 고백했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이 '현자'를 보며 불안해했다고. 그는 "첫 촬영을 마치고 '현자' 캐릭터를 보며 '저런 여자가 있어? 너무 간 거 아니야?' 이런 느낌이었다. 말투나 톤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쭉 이끌어갈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영화 속 캐릭터를 끌어내기 위해 이종필 감독의 수고가 있었다며 "좋은 감독님과 작업을 했기 때문에 믿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에 감독님이 나를 보고 '현자'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현자'는 내가 만들었다기 보다 감독님이 완성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경규 대표님이 제작한 영화지만 부담은 없었어요
'전국노래자랑'은 6년만에 제작자로 나선 개그맨 이경규가 내놓은 작품이다. 영화 개봉 전부터 이경규 제작 영화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모았고 그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이에 부담을 가질 만도 한데 이초희는 그보다는 연기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이경규 대표님이 제작하시는 영화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나한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며 "대표님 역시 제작자로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촬영장에서도 한두 번 밖에 못 뵈었다. 몰래 오셨다가 촬영 끝나면 사라지셨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 촬영장은 이초희에게 복 받은 현장이었다. 이초희는 "선배님들이 너무나 잘 챙겨주셨다. 지금도 생각날 때 마다 감사하다고 문자나 전화 드린다. 대표님부터 감독님, (류)현경 언니, (김)인권 선배, 오광록 선배님, 김용건 선배님, 현장의 모든 스태프와 선배님들이 정말 잘해주셨다. 경력 많으신 분들 사이에서 나이도 어리고 신인이라 긴장했는데 다들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시더라"고 고마워했다.


극중 이초희는 '동수' 유연석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초희-유연석은 산딸기 엑기스 여심을 홍보하는 홍보직원으로 분해 풋풋한 커플 연기를 펼쳤다. 유연석의 배려에 영화 촬영이 아닐 때도 '동수'로 보였단다. 이초희는 "연석 오빠가 내가 '동수'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잘 조절해주셨다. 어느 정도 친밀하면서도 벽이 있었다. 영화 속 흐름과 비슷하게 친해지면서 연기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와서 연기를 맞춰주시고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고 유연석의 남다른 배려심을 언급했다.


조바심 갖지 않고 천천히 계획대로 가고 싶어요


'전국노래자랑'은 이초희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2011년 '파수꾼'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후 2년만에 출연한 작품이지만 그 사이에도 단편과 독립영화에서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다. '파수꾼' 이후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등 출연 배우들이 조금씩 대중들 앞에 인지도를 높여갈 때도 조급한 마음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이 더 보였다.


이초희는 "('파수꾼'에 함께 출연한) 오빠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줬다. 하지만 때가 있는 것 같다. 아직 배우로서 나이도 어리고 연기적으로도 탄탄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천천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 계획한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될 것 같다"는 말에도 "아직은 아니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러다 보면 내가 신뢰감을 줄 수 없는 배우가 될까 봐 걱정된다.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서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혹시라도 내가 나태해지거나 고삐를 풀어버리면 그게 더 힘들 것 같다. 관객들이 나에 대한 기대감을 놓아버릴까 봐 나를 더 자제하는 면도 있다"고 밝히며 "그래도 작품은 꾸준히 할거다.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보니 신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초희가 안정적인 마음으로 연기활동을 펼칠 수 있는 데는 소속사 프레인TPC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이초희는 "'전국노래자랑' 끝나고 제주도로 MT도 갔다. 주위에서 돈독하다고 부러워하신다. 우리 회사처럼 선배님들이 이렇게 잘 챙겨주시는 경우가 잘 없다고 하더라. 회사 관계자 분들과 매니저 오빠들 덕분에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다. 늘 열심히 해주시는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연기예요


이초희는 10살때 처음 연기를 접한 이후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대학 전공을 연기과로 택했다. 단편에 출연하면서 '파수꾼'과 연이 닿았고 맥도날드 광고에도 출연하게 됐다. 영화 관계자들 눈에 띄면서 '전국노래자랑'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연기였다. 단편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했지만 부모님께 뚜렷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없다 보니 싸움이 잦았다. 내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부끄러웠고 그러다 보니 밖에서 뭘 하고 다니냐고 하시더라. '전국노래자랑'이 개봉하고 많이 좋아하신다"


이초희는 "부모님께는 보여드려야 한다. 확인을 시켜드려야 하는가 보다. '전국노래자랑'을 보시고 특별히 말씀은 안 하시지만 좋아하는 것 같다. 그냥 영화 잘 봤고 수고했다는 이야기만 하셨다. 15살 동생도 '노래 부를 때 왜 우냐'고 궁금해하면서 재미있어 하더라. 가족들의 신뢰가 힘이 된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초희는 "엄마 아빠가 보는 나, 친구들이 보는 나, 관객들이 보는 나, 내가 보는 이초희가 모두 단 하나의 이초희였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누가 보든 다 같은 이초희면 좋겠다. 내 직업이 연기자고 배우 일을 하는 것뿐이다.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 감사하지만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해 크게 의의를 두고 있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초희에게 '전국노래자랑'은 첫 상업영화인데다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작품인 만큼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초희에게 '전국노래자랑'은 어떤 작품이냐"는 물음에 그는 "오늘까지 따지면 50만명(5월7일 기준)에게 이초희라는 배우를 알려준 작품? 배우 이초희를 세상에 더 알려준 영화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 많다. '전국노래자랑'은 또 하나의 감사한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무겁게 던진 질문에도 웃으며 가볍게 답하는 이초희를 보면서 긍정적인 평소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전국노래자랑' 홍보 활동이 끝나면 3일 정도 영화보고 책 읽고 프라 모델 만들고 뒹굴 거리고 싶단다. 그 후에는 들어오는 작품을 보고 없으면 또 찾아 나서겠다고.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연극, 뮤지컬도 기회가 닿으면 할 생각이라며 "혼자서 일하다 이제 소속사가 생겼으니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이어 이초희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메릴 스트립을 롤모델로 꼽으며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 예측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항상 믿음직스러워 보였으면 한다. 배우로서 해본 캐릭터가 많이 없으니 열심히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전국노래자랑' 개봉 이후 쏟아진 관심에 들떠있을 것 같았지만 이초희는 차분하고 침착했다.

신인이지만 배우로서의 소신을 흔들림 없이 말하는 이초희를 보면서 왠지 모를 믿음이 갔다. 무엇보다 본인도 예측할 수 없다는 이초희의 다음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가 그려나갈 새로운 그림이 벌써 기다려진다.



/최영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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