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전시회 뒷심 활활..‘3주 연장전’
2013.11.04 16:35
수정 : 2013.11.04 16:35기사원문
"라디오로만 제 목소리를 듣다가 실제 절 보면 다들 돌아섭니다. 생각과 다르다면서요."
"제가 실은 정약용 후손입니다. 우리집 가훈이 나대지 말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어디 가서 나서질 않습니다."
나른한 오후 2시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정교한 해설로 유명한, KBS 클래식 FM '명연주 명음반' 진행자 정만섭씨. 하지만 이날은 이런 반전의 내용으로 컴컴한 오디오룸을 웃음으로 채웠다. 평소 그 군더더기 없던 명진행자는 청중을 만나 말문이 터졌고, 예정된 1시간 30분 음악 강의는 35분을 초과해 끝났지만 도중에 퇴장한 참석자는 한 명도 없었으니 열기는 후끈했던 게 확실하다.
독일 명품 음반사 ECM의 전시회가 한창인 서울 인사동 아리아트센터 지하 하이엔드 오디오룸에서 지난 1일 오후 8시 열렸던 'ECM 음악감상회' 풍경이다. ECM 뉴시리즈 강의를 맡았던 정씨는 자신이 소유한 ECM 클래식 음반 150여개 중 10개를 골라 이날 직접 곡을 틀어주며 해설을 붙였다. 40여 좌석에 앉은 이들은 물론, 양옆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관객들까지 ECM 뉴시리즈 삼매경에 빠졌다.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가 평생에 걸쳐 일군 음악 레이블 ECM의 예술세계를 다룬 전시회 'ECM: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볼거리, 들을거리 많다"는 입심이 퍼지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전시회 한쪽에서 진행된 음악감상회는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고, 전시회는 '3주 연장전'까지 돌입했다.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단순한 앨범 커버 이미지 전시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시회를 다녀간 이들의 평은 대체로 "힐링 공간의 새로운 모범"으로 모아진다. 키스 자렛, 팻 매스니 등의 전설적 명반을 제작해온 독일 유명 레이블 ECM의 철학과 역사, 현재를 음악과 그림, 사진, 영상 등 총체적 예술을 통해 제대로 즐겼다는 의견이 제법 됐다. 전시회는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수요일은 직장인을 위해 밤 10시까지도 문을 연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