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빅3’ 특수·산업紙 경쟁 후끈
국내 제지업계 '빅3'인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한국제지가 특수지 및 산업용지 부문 선두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침체기로 접어든 인쇄용지 대신 감열지와 백판지 등으로 대표되는 특수.산업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 이들 용지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제지업체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3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제지업체의 특수지 생산량은 12만4000t, 산업용지는 406만5000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 6.7%씩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인쇄용지 생산량은 지난해 223만t에서 217만t으로 줄었다.
특히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고량은 25만6000t에서 30만5000t으로 오히려 크게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특수지와 산업용지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인쇄용지 시장은 장기 침체기로 접어드는 등 시장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인쇄용지의 수급 밸런스가 이미 깨졌지만 장치산업 특성상 기계는 계속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고정비 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마진 폭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제지업체들은 특수.산업용지로의 주력사업 전환에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 상반기 장항 공장의 특수지 생산설비 증설 작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지난 9월 유럽 내 최대 감열지 가공 및 유통업체인 샤데스사를 인수하면서 특수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특수지 연간 생산량이 기존 6만여t에서 약 18만t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3위권까지 올라섰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인쇄용지의 지종 다변화 및 고급지 개발과 동시에 산업용지와 특수지 부문의 시장 확대를 통해 매출 규모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림페이퍼는 경남 진주 공장을 기존의 아트지 전문에서 라벨지와 식품포장용지 등 산업용 인쇄용지 공장으로 특화시키기 위해 약 5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특수지를 생산하는 무림SP 대구공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8만1000t을 판매해 약 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며 "지종 전환이 마무리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약 10% 이상의 영업이익률 제고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밀크' 등 복사용지로 유명한 한국제지도 지난해 12월 중국 특수지 사업장인 '국일제지(장가항) 유한공사'를 인수해 연간 7만t에 이르는 특수지 및 산업용지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국내 인쇄용지의 소비둔화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며 "특수지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