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빨간냄비,알고보니 ‘명품’
2014.01.24 17:31
수정 : 2014.10.30 03:47기사원문
겨울의 시작과 붉은 냄비가 거리를 뒤덮는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등장은 그해의 겨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다. 구세군의 상징인 자선냄비는 누가 만들었을까. 10년 전부터 날렵하고 세련되게 변신한 구세군 자선냄비는 명품 주방용품 브랜드로 알려진 휘슬러가 제공한 것이다.
냄비세트가 수십만원을 호가하고 단품 냄비 하나도 30만~50만원에 달하는 휘슬러는 주부들에게 패션잡화로 비교하자면 루이비통에도 뒤지지 않는 브랜드로 통한다. 소외된 이웃을 돕는 취지의 구세군 자선냄비 역시 주방명품인 셈이다.
독일 브랜드인 휘슬러의 국내 법인인 휘슬러코리아와 구세군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6월 휘슬러코리아 직원이 화려한 강남역 한복판에서 발견한 낡은 자선냄비가 휘슬러코리아와 구세군의 첫 만남이었다. 휘슬러코리아는 좋은 일에 사용되는 자선냄비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들었던 안타까움을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자선냄비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바꿨다. 이때부터 구세군이 약 40년간 사용하던 자선냄비 교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디데이(D-Day)를 6개월가량 앞둔 휘슬러코리아 직원들은 디자인과 크기, 무게 등을 고려해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자선냄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모금활동에 용이해야 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동전을 넣고 빼는 작업도 수없이 진행했다. 당시 직원들은 일인당 천번 이상 시험 모금을 했을 정도라고 회상한다. 수십차례의 시행착오와 수만번의 시험을 거쳐 2004년 12월 휘슬러코리아가 제작한 자선냄비 300개가 구세군에 전달됐다. 휘슬러코리아는 일반 자선냄비 외에도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지닌 자선냄비를 매년 기증해 오고 있다. 2005년에는 관공서 및 상점에도 기부가 가능토록 미니 자선냄비를 지원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상시 모금이 가능한 365 사랑의 자선냄비, 2007년에는 기업형 자선냄비, 2008년에는 어린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마스코트 자선냄비 등을 제조하며 기부문화에 앞장섰다.
한편 휘슬러코리아는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기증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말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 '레드마마' 캠페인을 전개했다. 레드마마는 국내 최초의 미혼모 복지시설 구세군 '두리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다양한 재능발굴에서부터 점포 리모델링, 마케팅, CS 등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멘토링을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첫 레드마마의 결실인 '카페 레드마마'가 올해 서울 역촌동에서 오픈을 앞두고 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