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8.15 경축사 행간에 담긴 의미
2014.08.15 15:15
수정 : 2014.08.15 15:15기사원문
이는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아시아게임 북한 응원단 파견 등의 흐름 속에서 그동안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새출발의 원년'이 돼야 한다며 관계개선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 활성화를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다.
■민생안정·경제살리기에 방점
박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적폐 해소를 통한 국가대혁신'과 '경제 활성화'에 비중을 들여 역설했다. 이는 2기 내각 출범과 더불어 경제활성화 행보를 본격적으로 담금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남북, 한일 관계 등 개선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찾음과 동시에, 민생을 다시금 살려냄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얻어 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며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 잡는 대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자"고 촉구했다. "어느 나라나 과거 잘못을 묻어두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간 곳은 없다"며 "그것은 깨진 항아리를 손으로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창조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를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시키고,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내수와 수출이 함께 성장하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 경제활성화에 국정역량을 집중해 침체와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 활동의 성과가 가계의 소득을 높이고, 투자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재정·세제·금융 등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내수경기를 살려낼 것"이라며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에 국정역량을 집중해서, 그간 지속돼 온 침체와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은 초이노믹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비정상적 남북관계 바로잡아야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를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분단된 상태로 지속돼 온 69년의 역사",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역사를 바로 잡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해법도 내놨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통일론'의 기반 위에 환경, 민생, 문화 협력의 '통로'를 열어 소통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남북 협력의 통로로는 △하천·산림 관리 공동 협력 사업 △북한 대표단의 10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초청 △이산가족 상봉 △민생인프라 협력의 본격적 시작 △남북한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문화사업 준비 등을 들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론이라고 비난해온 북한을 설득하고, 새로운 남북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해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다만, 5·24 조치 완화 혹은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어 과연 북한이 박 대통령의 제안에 어떤 형태로 응답할지는 불투명하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추구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변화를 모색했다. 내년이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게 되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제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며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로 나아가자"고 했다.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로 '양국간의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 '일본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지혜 및 결단', '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등을 요구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원자력 안보협력 구상을 한일 관계 개선의 단초로 삼았다. 유럽이 석탄·철강분야 다자협력과 원자력 공동체(EURATOM)의 기반 위에서 유럽연합(EU)으로 발전했다는 역사적 전례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는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고, 원자력 안전 문제가 지역주민에게 큰 위협이 된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이 중심이 돼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만들어 나가고, 여기에는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몽골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위협과 중일간 군비 경쟁인 동북아 지역의 안보를 위해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추구하는 안전 협의체를 구성, 한국이 그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