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안경봉 교수
2014.12.23 18:18
수정 : 2014.12.23 18:18기사원문
어느 화요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위치한 작은 강의실. 이곳에서는 2주에 한 번 아침부터 금융조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토론을 벌인다. 참석자들은 국내 주식, 파생상품에서의 거래세 부과 문제에서부터 신탁, 국제조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금융과 세제 사이에서 발생하는 쟁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모색한다.
학계와 업계의 기라성 같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모임의 수석부회장을 맡은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사진)는 가끔은 사회자로, 가끔은 토론자로 나서며 참석자들의 논의를 한곳으로 모은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균형 잡힌 시각에서 조세문제를 다뤄야겠다는 필요성은 진작 제기됐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 뜻을 같이하는 전문가와 함께 지난해 2월 금융조세포럼을 발족했다.
세미나를 거치면서 포럼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고 조세당국이나 운용업계의 관계자들도 패널로 참석하면서 논의 내용도 풍성해졌다. 2년 남짓한 기간에 32차례나 조찬 세미나를 열어 증권, 보험, 은행 업무와 관련한 과세 쟁점을 논의했다.
토론을 진행하면 할수록 금융조세 분야 곳곳에 난제가 발견됐다. 세계 금융시장의 벽이 무너지고 상품이 다양해지는 데 따라 조세 문제도 복잡해지면서다.
안 교수는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CTA) 같은 주제는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던 주제였다"며 "특히 금융조세포럼에서만 다룰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대체로 입법 논의가 있거나 조세당국에서 실무적으로 현안이 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부 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향후 도입 예정인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나 파생상품 양도세, 금융업 관련 부가가치세에 대한 문제들도 토론 주제로 다룰 계획이다.
2년간 휴가철을 제외하고 매월 두 차례 조찬 포럼을 개최하면서 80여명의 회원을 갖춘 사단법인으로 성장했다. 다음 단계는 지속가능한 포럼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운영인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기에 본궤도에 올라서기까지도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법학을 전공한 안 교수는 "'세금이 모든 사회현상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고 조세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특히 여러 해 동안 조세 소송 이전에 거쳐야 하는 행정심판에서 비상임심판관으로서 분쟁사례를 직접 접하면서 금융조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수십차례 조찬모임을 개최했지만 아직도 새로운 주제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만큼 금융조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세법을 계속 공부한 전공자로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 분야는 새로운 도전의욕을 갖게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금융조세포럼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람직한 금융조세제도를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