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南 사촌오빠 만난 탈북여성
2015.05.05 16:59
수정 : 2015.05.05 16:59기사원문
서울에 사는 80대 할아버지가 남북으로 갈라진 이후 70년 만에 사촌여동생을 만났다.
5일 파이낸셜뉴스와 공동으로 '잃어버린 가족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에 따르면 김모씨(80)는 일제 강점기 중국 선양에서 일가 친척들과 같은 집에 살다가 1945년 해방으로 혼란한 와중에 헤어지게 됐다. 김씨의 아버지는 한국에, 삼촌은 북한에 정착한 것이다.
북한에 살던 김씨의 삼촌은 형이 한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남과 북이 갈라진 탓에 만날 수는 없었다.
그 사이 수십년의 세월이 무심코 흘러 김씨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삼촌의 딸(50)이 탈북해 오빠 둘을 북에 남겨둔 채 홀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김씨의 사촌여동생은 아버지의 평생 소원이었던 가족을 찾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올해 3월 '가족을 찾아달라'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신고자가 기억하고 있는 이름을 토대로 프로파일링시스템 검색 등을 통해 155명의 동명인을 발견했다. 그리고 2개월여에 걸쳐 고향과 가족관계 등을 분석해 사촌오빠로 추정되는 이를 찾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제적등본을 열람하고, 가족임을 최종 확인했다.
사촌여동생과 처음 상봉한 김씨는 "나이가 들면서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돼 남북의 이산가족이 모두 상봉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릴 적 길을 잃어 가족과 헤어진 최모씨(49·여)도 45년 만에 가족상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씨는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와 살던 중 네 살 무렵 길을 잃는 바람에 가족과 생이별하게 됐고, 이후 보육원에서 자랐다. 경찰은 최씨가 기억하는 아버지와 오빠의 이름, 등록기준지(경남 남해) 등을 기초로, 프로파일링시스템 검색 등을 거쳐 같은 이름을 가진 655명을 선별, 약 2주간에 걸쳐 가족관계 등을 분석한 끝에 오빠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았다.
경찰은 즉시 오빠로 추정되는 사람의 주소지(경기 고양)로 달려가 추가 조사를 벌여 지난 4일 최씨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최씨는 45년 만의 가족상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