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오도 사도세자도, 청춘의 모습 아닐까요

      2015.09.14 17:07   수정 : 2015.09.14 17:07기사원문
그에겐 모두 '청춘'이었다. 중년 여성들의 가슴을 울린 '밀회' 이선재, 안하무인 재벌 3세 '베테랑' 조태오, 뒤주에 갇혀 비참한 죽음을 맞은 '사도'의 세자. 그들 모두에게서 20대의 끝, 30대의 시작점에 선 자신이 보였다고 했다. 새 영화 '사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유아인(사진)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두 다리를 모두 의자에 올리고 앉아 아이스초코를 마시며 '헤헤' 웃었다. 하지만 말은 신중했다.
질문의 요지를 잘 짚어냈고, 깊은 생각을 정성껏 말로 빚어 길러내듯 대답했다.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연기력의 원천이 보이는 듯도 했다.


'사도'는 유아인을 위한 영화였다. 관 뚜껑을 열고 등장하는 강렬한 첫 장면부터, 뒤주에 비참하게 갇혀 죽어가는 마지막까지. 관객은 그의 감정에 고통스럽게 끌려다닌다.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처음 유아인이 마주한 사도세자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왜?'라고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도세자의 치기, 그 기질이 보였어요. 저랑 공통점을 찾은 부분이기도 했죠.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왕이었고, 태어나자마자 원자가 됐어요. 그런데 왕인 아버지는 실망스럽고 세자가 되기 위한 공부는 하기 싫죠. 그런 환경에서 '나는 왜 꼭 왕이 돼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 명의 청춘이 자신의 세상을 향해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의문이죠."

하지만 사도세자의 그 기질은 결국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만들었다.

"연민, 안타까움도 있었어요. 조금 더 유연하게, 조금 더 여우같이 굴었다면 그렇게 힘든 일을 겪지 않아도 됐겠죠. 하지만 그렇게 사는 건 결코 아름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원래 이래, 그냥 유연하게 살아'라는 건 내 한 몸이 편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삶을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들을 제 손으로 죽인 아버지 영조는 죽은 아들에게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린다. '너를 생각하고 슬퍼한다'는 뜻이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사도세자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 마음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 아들에 대한 비뚤어진 기대와 실망으로 결국 아들을 죽인 아버지에게 과연 부성이 남아있었을까. 해석이 분분한 부분이기도 했다.



"제 어릴 때가 생각났어요. 저도 아버지에 대한 끊임없는 기대와 끊임없는 실망, 포기와 미움이 쌓였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미웠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나타나는걸 보면서 사도세자의 마음도, 영조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패륜을 저질렀고, 가장 모진 방법으로 자식을 죽였고, 사도라는 시호를 내린 것도 자신의 왕권을 위한 쇼였을지언정, 그래도 저는 아버지의 마음은 무조건 남아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올해 서른이다. 20대의 끝, 30대의 시작점에 섰다. 이제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가 연기하고 싶은 건 '청춘'이다.


"'밀회'의 선재는 완득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죠. 음지에 살고 있지만 희망도 있고 건강한 청춘이예요. 조태오와 사도세자도 만만치 않은 청춘이죠. 양지에서 반짝이지만 가장 어두운 부분을 간직한, 두 얼굴을 가진 청춘. 그 섬세한 감정들을 살리려고 작심을 했던 노력들이 제 연기력을 돋보이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제 '청춘물'이란 건 독립영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저는 앞으로 어떤 영화에서나 이 시대를 드러낼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을 계속 연기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베테랑'에 이어 '사도'도 1000만 영화를 기대하냐고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딱 500만. 사도는 장단점이 명확한 영화예요. 하지만 장점을 부각시키고 우리 스타일대로 멋있게 풀어보자 한 영화니 크게 욕심 없어요. 사실 500만이란 숫자를 얘기하는 것도 건방지죠. 첫 데뷔작이 고작 1만명, 두번째 영화는 30만이었는데요, 헤헤." 아름다운 청춘, 유아인이 풀어낸 '사도'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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