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쿨

      2015.10.01 17:02   수정 : 2015.10.01 17:02기사원문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한류에 영향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간 날 때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요. 특히 '대장금'을 좋아합니다."(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외국인들이 직접 평가하는 한국의 모습이다. '한류 열풍'이 과대평가됐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이 정도면 상투적 덕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책은 20세기 지독한 가난과 혹독한 시대상을 딛고 이제는 전 세계에 대중문화를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한 한국을 조명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외국에서 한류의 인기를 직접 실감하면서 이것이 일시적 유행이거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했다.

지난해까지 2년간 영화감독 박찬욱, 엠넷의 신형관 국장, 드라마 '아이라스'의 제작자인 정태원 대표 등 한국 대중문화 산업 종사자들, 정부 관계자, 문화평론가와 학자, 기업인들을 인터뷰하며 한국이 어떻게 대중문화 강국으로 부상하게 됐는지 분석했다.

가장 큰 동력으로 저자는 한국이 '소프트 파워'를 키우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물리적인 강제보다 이미지를 통해 행사하는 무형의 힘을 키워가고 있다는 얘기다.

"하드 파워가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라면 소프트 파워는 미국이 전 세계에 말보로 레드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판 방식이다. 보암직한 이미지의 유포, 다시 말해 '쿨함'을 여기저기 퍼뜨린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서구에서도 먹힐 만한 이런 종류의 문화적 인장(印章)을 갖고 싶어한다."

이같은 전제에서 책은 1990년대 이전을 기점으로 케이팝·드라마·영화·게임산업 등 한국 대중문화의 도전과 세계 진출 과정을 상세히 짚었다. 한국이 '대중문화 전쟁'에서 경쟁자인 일본의 우위를 점했다고 보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한류 확산에 기여한 수많은 대중문화산업 관계자들의 뒷얘기도 펼쳐진다.
가령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이 그렇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트로피를 가를 수 있다면 51%는 김동호 위원장께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같은 숨은 공로자들의 활약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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