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④) "기초과학 육성에 삼성·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적극 나서야"

      2015.10.13 16:28   수정 : 2015.10.13 16:30기사원문

기초과학 육성에 정부는 물론 삼성과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장기적 비전을 통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지금 당장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국가와 국민들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원초적 연구개발(R&D)에 대해 긴호흡으로 다가서야 할 때입니다.

홍문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국회 본청 위원장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 과학기술 현장에서도 지금 당장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R&D를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한국연구재단과 '기초연구 경쟁력 향상과 과학기술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과 같이 연구관리 전문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협력을 통해 기초연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또 삼성이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일환으로 향후 10년 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의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 다른 기업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연구재단 등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소관 상임위인 미방위를 이끌고 있는 홍 위원장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R&D 혁신방안의 세부과제 이행 등을 살피며 올해 정기 국정감사를 마쳤다.

특히 그는 국감기간 중 각국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하며 우리나라의 '노벨상 부재론'을 공개적으로 이슈화했다. 홍 위원장은 "결국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와 정책지원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제공하되,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연구재단 등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등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과학연구와 투자는 세계 최고수준에 근접해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의 경우 교수 1인당 논문 수가 아시아 1위,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는 세계 2위라고 한다. 지난 2012년 처음 7위에 오른 뒤 2013년 6위, 2014년 4위에 이어 올해 2위까지 급속한 발전을 해온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R&D 예산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 정도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 아닌지, 혹은 앞으로 더 지원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야기했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나고야대 아마노 히로시 교수의 경우 25세에 시작한 연구주제를 30년 동안 파고들어 결국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올해도 노벨 생리의학상에 일본 연구자가 공동수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는가. 결국 연구자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고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와 정책지원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연구자는 20명 정도라고 하는데, 일본은 한 대학에만 그 정도 인재 풀이 있다고 한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제공하되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 같다.

―정부의 내년도 주요 R&D 예산이 25년 만에 1.6%가량 축소됐다. 학계에서는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을 앞세운 창조경제 기조를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도 높다. 이에 대한 입장은.

▲주요 R&D 예산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R&D 예산은 18조9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했고, 일반 R&D 예산도 4.2% 늘어난 6조2499억원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국방 예산 등이 확대되면서 주요 R&D 예산이 감소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 R&D를 중심으로 전체 R&D 예산을 소폭 증액하게 된 것이다. 특히 감액 조정된 부분은 유사중복 예산이나 정부출연연구소의 주요 사업비 조정이며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감염병 대응, 지역사업 등 정책적 중요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 오히려 증액 조정됐다. 예를 들면 로봇산업핵심기술과 무인이동체기술개발, 감염병 위기대응기술 같은 것이다. 따라서 R&D 예산 감소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초과학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과학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입법적.예산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고자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오는 2017년까지 기초연구 투자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늘려 왔다. 이러한 기조는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 안정적인 기초과학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신진연구과제 발굴과 선도 연구자 지원 등의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연구지원의 기본 틀을 과제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같은 연구주제에 대해 10년 이상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부처별 이해관계와 학계의 의견 차를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초과학 연구자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관심을 조성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경민대학 이사장으로서 과학영재들을 기초과학 전공 분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과학강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은 과학인재의 양성이다. '과학을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단순한 진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재들이 커갈수록 연구에 흥미를 잃고 범재로 변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과학영재들이 스스로 창의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보다는 보다 빠른 학습속도와 발전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과학영재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자율성만 보장해도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성과주의를 자제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영재를 육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될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과 협력하는 형태의 국제적 공동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주요 선진국의 선진 기술을 단시간 내 흡수해서 우리 것으로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만 그들도 거대한 장막을 쳐놓고 있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 부문에서는 우리만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장기적 비전의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과학기술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 처리 전망은.

▲현재 이상민 의원과 김을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과학기술인을 유공자로 예우함으로써 명예와 긍지를 높이자는 것이 법안 제정의 목적이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기존의 법령을 보완함으로써 그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과학기술기본법과 이공계지원특별법 등 과학기술인 우대 및 지원에 관한 다양한 법률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일본이나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과학기술 관련 기본법에 과학기술인 우대시책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별도의 예우 법률은 없는 상황이다. 아직 법률 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이번 회기 내에 법안이 처리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올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는가.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 투자와 연구인력 확대 노력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장과정이 선진국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다면 이제는 선도적 '퍼스트 무버(First Moover)'로 거듭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면 조만간 노벨상 수상자가 등장할 것이라 믿는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특별취재팀 정명진 팀장 최갑천 이설영 조윤주 김미희 박세인 고민서 기자

■약력 △60세 △고려대 교육학과 △고려대 대학원 영어교육 석사 △미국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문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 교육학 박사 △15, 16, 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새누리당 사무총장 △경민대학교 이사장(현) △국기원 이사장(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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