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금 늘려 '유비무환' 사옥 등 부동산 내다판다
2015.10.20 17:29
수정 : 2015.10.20 21:43기사원문
삼성그룹 등 대기업이 보유 부동산을 대거 매물로 내놓고 있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코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생명은 본관 매각 추진을 계기로 기존 매물에 더해 추가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매각 희망가로만 따져도 2조원에 달한다. 삼성이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부동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도 진행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재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서울 세종대로 본사를 비롯해 서울에서만 8개의 빌딩을 매물로 내놓았다. 지방 영업사무소 빌딩까지 포함하면 1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애경, 대우조선해양, 동국제강 등도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당초 삼성생명 본사 빌딩을 매물로 내놨을 때는 단순히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삼성 서초사옥 이전 연장선으로만 해석했다. 삼성생명의 삼성 서초사옥 이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세종대로 삼성 본관으로 이전키로 하면서 기존에 입주해 있던 삼성카드와 삼성증권도 서초사옥으로 옮겨온다.
물론 삼성전자와 삼성 금융계열사를 한 지붕 아래 놓고 서로 시너지를 키워간다는 점을 고려했겠지만 공실을 줄이고, 불필요한 부동산 자산을 줄인다는 데도 방점이 찍힌 셈이다.
삼성생명이 내놓은 주요 매물은 삼성생명 본관과 함께 동여의도사옥, 동교동사옥, 송파빌딩, 서초메트로타워, 수송타워, 대치타워 등이다. 이 중 동교동사옥은 매각이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송타워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상태로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종로타워는 삼정KPMG가 매각주관사로 선정돼 외국계 자금과 접촉 중이다.
상반기만 해도 삼성생명은 동국제강으로부터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입하는 등 알짜 부동산 매입을 진행했다. 하반기 들어 이런 기조는 확 바뀌었다. 실제 매입 가능성이 점쳐졌던 서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매입도 포기했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추가로 대거 부동산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삼성그룹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한 현금 확보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비용 축소 등을 통해 올 상반기 동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조원 이상 늘려 2·4분기 현재 현금·현금성 자산이 17조86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계열사의 경우 부채도 축소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했으며 삼성SDI 역시 지난 8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았다.
삼성이 '비용 축소'와 '현금 확보'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삼성 바이오사업은 오는 2020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실상 앞으로 5년간이 이른바 '보릿고개'인 셈이다.
삼성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재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 다른 대기업도 불필요한 자산 매각과 현금 확보에 대거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