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년실업의 원인을 대학문제로 떠넘겨"
2015.10.29 10:58
수정 : 2015.10.29 10:58기사원문
교육부의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은 대학의 자발적 구조개혁을 통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것을 목표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 등 3개의 세부 사업으로 구성됐다. 재정지원을 내세워 대학의 학사구조개편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논리에 종속된 대학 정책"
29일 대학교육연구소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사업에 대해 "우격다짐 경제발전 논리에 종속된 대학교육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에 대해 학문의 자율성은 배제되고 교육부의 지시대로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교연은 "대학당 평균 150억원이 지원되는 프라임사업은 지원액이 커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라며 "규모면에서 과거의 수준을 뛰어넘는 학과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라임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형 부문은 입학정원의 10%(대형대학은 200명·소형대학은 100명 이상), 소형은 5% 이상이 정원 조정을 해야 한다. 특히 학과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대학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교연은 "대학들은 지금까지 기초학문을 줄여 취업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면서 "지난 10년간 이미 이런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청년실업문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은 학문분야별 미스매치가 대졸취업난의 핵심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문학 육성사업인 '코어사업' 역시 보탬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인문학 발전 모델로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심화, 기초교양대학 등을 제시했는데 산업수요에 끼워 맞춰 변형시키거나 교양교육 강화 수준에 그친다는 시각이다.
사업계획과 집행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교연은 "연간 2706억원의 예산이 반영된 대규모 재정지원사업이 2개월여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확정(12월)한 후 2~3개월만에 평가·선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라며 "특히 대학 특성화사업(CK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1년만에 또다시 졸속적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조정 계획을 재수립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비난했다.
■대학들, 사업내용·평가지표 불만
대학가에서도 사업 구조와 성격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른다. 실제로 지난 27일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사업 공청회에서는 사업간 충돌, 취지에 대한 이의제기가 쏟아졌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산업수요가 적은 분야 정원을 줄여 수요가 많은쪽으로 옮기라는 내용을 단순하게 이해하면 '순수학문을 줄여서 실용학문으로 늘리라'는 것"이라며 "이런 사업과 동시에 인문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사업을 병행해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부총장은 "11월에 학과별 산업수요 발표를 하고 12월에 사업공고를 내면 대학들은 한달만에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불협화음 없이 조용하게 하라는 데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프라임 사업 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수도권 지역의 한 대학 총장은 "프라임사업이 사회변화, 산업수요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하라는 것인데 1단계 심사에서 이것과 관련된 지표가 없다"면서 "이 사업 목적에 맞는 것인지…."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이미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정량지표에 대한 등급이 나와 있다"면서 "정성평가의 지표를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프라임사업의 1단계 평가는 50점 만점에 정량지표 40점, 정성지표 10점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