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스타트업 시대'…"생활의 불편 해결하는게 창업 밑천"
2015.11.11 16:26
수정 : 2015.11.11 16:26기사원문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직 출신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의사·변호사·회계사는 물론 은행과 대기업 등 안정된 직장을 뛰쳐나와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산업이나 생활에서 느낀 작은 불편, 불합리함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해 일반적 공감을 얻어내거 사업적 성공의 기반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결국 창업의 밑천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생활의 작은 불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라는게 이들 전문직 창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은행과 법률시장의 문턱을 낮춰라"
개인간 대출(P2P 대출) 8퍼센트 이효진 대표와 박효연 헬프미 대표는 각각 우리은행과 법무법인 율촌 출신이다. 이 대표는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P2P 대출 플랫폼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자 인터넷 법률상담업체를 시작했다.
8퍼센트는 개인의 자금을 받아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소기업에 빌려준 뒤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이다. 일례로 A기업 대표가 8퍼센트를 통해 5000만원을 연금리 10%로 12개월 동안 빌린 뒤, 매월 원리금을 균등상환할 경우, A기업은 자금 확보를 할 수 있고 여기에 투자한 개인들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수익을 얻게 된다.
이 대표는 "은행에서 근무할 당시,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수많은 대출 희망자들을 보면서 중간 금리의 대출 시장을 구상하게 됐다"며 "은행 담보대출 금리가 연 2~3%대인데, 많은 사람들이 연 30% 대 대부업체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즉 연 8~10%대로 돈을 빌려주면 대출 희망자들은 저금리 대출을, 개인 투자자들은 고수익 재테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도 사법연수원 39기(2010년 수료) 동료들과 함께 지난 8월 실시간 유료 법률상담 예약 사이트 '헬프미'를 만들었다. 그는 "법적인 분쟁이 발생한 경우, 누구나 '내 일처럼 일해줄 전문변호사'를 찾지만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변호사들도 최근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조브로커가 등장하는 등 의뢰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헬프미는 B2B 서비스 모델인 '오피스ME'를 통해 변호사에게 개인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때 변호사는 오피스ME에 경력과 승소건수, 법률칼럼 등 각종 콘텐츠를 남길 수 있고, 의뢰인들은 이 콘텐츠를 직접 본 뒤 실시간으로 상담예약을 할 수 있다.
■어려운 의학 정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산업은행 출신인 전통 금융맨 신혜성 와디즈 대표와 치과의사 가운을 던지고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도 핀테크 업계에서 활약 중이다.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는 서울대병원 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다 의료 애니메이션 '하이차트'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이차트는 어려운 의료 정보를 환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질병의 개념은 물론 수술방법과 입·퇴원 정보 등 병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 17개 병원에서 하이차트를 활용하고 있으며, 각 병원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애니메이션 인터넷 주소를 환자의 휴대폰으로 전송해준다. 이때 모바일 메신저인 '헬스브리즈'를 활용하면 의사와 환자 간 실시간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헬스웨이브에 투자를 진행한 케이큐브벤처스 관계자는 "정 대표가 전공의 시절 환자들에게 질병의 원인, 수술 이유와 방법, 부작용 등 환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3시간 넘게 설명한 끝에 수술 동의서를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그림도 잘 그렸기 때문에 두 분야를 접목한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