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학도가 순정파?' 180도 비튼 新춘향전 '춘향이 온다'

      2015.12.14 17:56   수정 : 2015.12.14 17:56기사원문


'춘향전'의 변학도는 전형적인 탐관오리다.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춘향에게 수청을 강요하고 받아들이지 않자 옥에 가둔다. 그런 변학도가 진심으로 춘향이를 사랑한다면? 외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춘향을 고문하며 괴로움에 눈물짓는 순정파라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춘향전'이 익숨함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난다. 오는 16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사진)에서다. 변학도는 아픔을 간직한 '사랑꾼'으로, 춘향은 당돌하고 톡톡 튀는 소녀로, 몽룡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엄친아'로, 극작가 배삼식의 손에 의해 고전 속 전형적 캐릭터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해 국립극장은 '심청이 온다'로 마당놀이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당시 33일간 99%의 객석점유율과 3만1055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춘향이 온다'는 국립극장이 선보이는 두 번째 '극장형 마당놀이'다.

이를 위해 한국 마당놀이의 '베테랑'들이 다시 모였다. 마당놀이 30년 노하우의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그의 부인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인 김성녀가 연희감독을 맡았다. 배삼식 작가가 대본을 쓰고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짰다.

"마당놀이의 가장 중요한 출연자는 관객"이라는 손 연출의 말마따나 '춘향이 온다'는 관객 참여에 최적화된 무대로 꾸며진다. 무대 위에 3면의 가설 객석을 설치해 무대와의 간격을 좁혔다. 또 무대와 객석을 높이 11m의 대형 천으로 감쌌다. 극장 내부에 있으면서도 원형 마당에서 공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들과 함께 동시대 사회 이슈를 녹인 풍자와 해학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가운데 관객은 자연스럽게 '제2의 배우'가 된다.

춘향 역은 연기파 소리꾼 민은경과 황애리, 몽룡 역은 '국립창극단의 아이돌'로 불리는 이광복과 김준수가 맡았다. 손 연출이 "마당놀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창극 배우"로 꼽은 김학용이 변학도로 분한다.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배우 28명, 무용수 18명, 연주자 26명 등 무려 72명의 단원이 함께 흥겨운 판을 벌인다.


올해는 공연 기간과 횟수를 2배 가까이 늘려 58일간 46회 공연한다. 중년 이상의 관객층이 많은 것을 배려해 낮공연 회차도 대폭 늘렸다.
화·수·토·일요일 주 4회 3시 공연이 열린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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