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3)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확충해 생산가능인구 늘리자
2016.01.18 17:48
수정 : 2016.01.18 17:48기사원문
최근 세계은행(WB)은 "여성의 일자리 참여 확대와 외국인 근로자 등 이민 정책을 신축적으로 해야 생산인구 감소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해 4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노동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재정 정책을 추진할 것을 조언했다.
■여성고용, 저출산.생산인구 감소 문제 동시 해결
여성고용을 늘리는 것은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에는 경력단절여성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불가피하게 직장을 떠나면서 일시적으로 경력이 단절됐을 뿐 전문성을 보유한 유휴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신입직원의 업무숙련도 향상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경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력단절여성을 비롯한 여성의 잠재노동력 활용은 미래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가 이미 여초(女超) 사회로 전환된 점 역시 여성고용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주민등록인구 기준 처음으로 남녀 비율이 역전된 이후 현재(2015년 11월 기준) 여성인구(2576만3054명)가 남성인구(2575만2345명)를 1만709명 앞서며 매월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의 15~64세 여성고용률은 2014년 기준 5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평균(63.1%)은 물론 OECD 회원국 평균(61.1%)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 같은 기간 남성고용률(75.7%)이 OECD 14위로 OECD 평균(72.8%)을 상회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낮은 여성고용률 탓에 한국의 남녀 간 고용률 격차는 20.8%포인트로 터키, 멕시코, 칠레에 이어 네 번째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복지체계와 기업환경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황인경 연구원은 "부족한 보육시설 확충과 방과후 학교 활성화,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의 인식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성고용률 증대를 위한 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최문선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법.제도적으로는 여성차별이 금지돼 있고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도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성별 고정관념과 일 중심 문화 및 과도한 근로시간 등 쉽사리 변하지 않는 인식과 문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5년째 초저출산…탄력적 이민정책 고민할 시점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 도입을 통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잠재성장률을 확충하는 것도 인구절벽 해소의 실질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15년째 초저출산(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인 합계출산율 1.3 미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출산율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저출산 대책이 가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탄력적 이민정책을 검토하면서 인구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5년 74만여명에 불과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89만명으로 10년 새 2.5배로 증가했다. 연평균 9%가량 늘어난 셈인데 이를 감안하면 오는 2027년에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문화.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이민 관련 법은 다문화가족지원법과 국적법 등 7개로, 소관 부처도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까지 제각각이다. 중복사업과 예산 낭비, 부처 간 갈등 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기존 외국인정책위원회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 3개 위원회 안건에 대한 사전 조정 등 실질적 연계를 강화키로 했다.
최근 세계 각지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로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면서 다문화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각국 사회과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세계가치관조사협회의 최근 연구(2010∼2014년)에서 한국 성인은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이 34%로 전체 평균 19%보다 15%포인트 높았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44%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조사 대상국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았다.
이민정책연구원 강동관 박사는 "이민자와 내국인의 동화를 촉진하는 통합정책이 필요하며, 공익광고나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 등을 통해 이질감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도 국내에 계속해 정착할 수 있도록 이민 2세의 교육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이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국적 취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해 안정적·지속적 노동공급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광장 공익위원회에서 난민소송팀을 이끌고 있는 김동하 변호사는 "입국일부터 3년까지만 취업할 수 있고, 2년 미만까지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외국인고용법이 최대 근로기간을 5년 미만으로 제한함에 따라 외국인근로자의 한국 국적 취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적 취득을 위한 5년 이상 거주 요건과 외국인근로자법상 최대 근로기간인 5년을 별개로 취급할 수 있는 방안이나 영주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다민족·다문화사회로 접어든 만큼 인종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살색' 크레파스·물감 없애기 캠페인을 통해 2005년 기술표준원의 '살구색' 변경 표기를 이끌어낸 김해성 목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로 이민노동력 유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인식개선 캠페인만으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는 만큼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권 강화는 사회안전망 보장으로 이어지고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