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투자자금, '브릭스'서 기술강국 '틱스'로 이동
2016.01.29 17:17
수정 : 2016.01.29 17:17기사원문
과거 신흥시장 성장의 원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브릭스(BRICs)'에서 기술강국 '틱스(TICKs)'로 투자금을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브릭스는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아 성장동력이 훼손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투자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브릭스를 구성하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중심으로 움직이던 투자자금이 대만·인도·중국·한국을 지칭하는 틱스 지역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브릭스가 이미 빛을 잃었으며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의 틱스가 새로운 유망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브릭스의 몰락은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해졌다. 2001년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던 골드만삭스는 2015년 10월자로 브릭스펀드 운용을 중단했다.
브릭스펀드에 속한 자산은 2010년 고점에서 지난해 9월 말까지 88% 감소했다. 브릭스 국가들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락과 경제제재, 경기둔화 등으로 막대한 자본유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다국적 신흥시장 전문펀드업체인 코플리펀드리서치의 스티븐 홀든 창업자는 "신흥시장의 엔진은 더 이상 브릭스가 아니며 새로운 질서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시장의 핵심 투자처가 브릭스의 대형 에너지 및 원자재 기업들이 아니라 IT.소비자 관련 산업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베일리기포드의 리처드 스넬러 신흥시장 증시부문 대표는 "신흥시장의 젊은 소비자들의 경우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들은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쇼핑 같은 분야에서 미국보다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은 자금시장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코플리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신흥시장 주식펀드들이 틱스에 투자한 비중은 이달 기준 평균 54%로 2013년 4월 40%에서 크게 뛰었다. 반면 브릭스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난 3년여간 40% 부근에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현재 총 자산의 50% 이상을 틱스에 투자한 편드는 전체 63%에 달한다. 이에 반해 비슷한 비율의 자산을 브릭스에 투자한 펀드는 10%에 불과하다.
FT는 중국 반도체업체인 TSMC 등을 언급하며 신흥시장 펀드들이 틱스 지역 주식 중에서도 IT시장을 선도하거나 과점 지위를 누리는 대형주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같은 변화가 구조적 변화인 동시에 일시적 흐름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FT는 원자재 관련주가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IT와 소비자 관련주가 뜨는 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JP모간에셋매니지먼트의 루크 리치데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분명히 구조적 변화가 있긴 하지만 신흥시장 증시는 태생적으로 주기적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넬러 대표는 주기적 경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국 소비자의 소비 형태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구조적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