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산유량 동결 전격 합의
2016.02.17 05:43
수정 : 2016.02.17 05:43기사원문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나 산유량을 1월 수준으로 묶기로 합의했다. 카타르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까지 회담에 참석해 4자간 합의가 이뤄졌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나아가 산유량 동결 뿐만 아니라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감산 가능성도 열어뒀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회의 뒤 "1월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는게 시장에 적합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현 가격 수준에서는 공급이 줄고, 수요는 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고위 관계자는 다른 산유국들이 동참할 경우 감산을 포함한 추가 유가 상승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을 평가해 동결을 넘어서는 추가 조처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는 조건부였다.
다른 주요 산유국들 역시 동결에 합의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마하마드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장관도 다른 OPEC 회원국들의 동결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란과 이라크다.
오랜 기간 물밑 협상을 주도해온 에우로지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17일 이란을 방문해 이란과 이라크 관계자들을 만난다.
이란은 OPEC의 감산을 주장해왔지만 자국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오랜 경제제재로 산유량과 시장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상태가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란 샤나통신에 따르면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이 지난달 경제제재 해제로 이제야 석유수출을 늘리기 시작했다면서 시장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이번주에야 2012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유럽으로 가는 원유를 선적했다. 이제 막 석유수출이 시작된 셈이다.
이라크 역시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 현 수준의 동결에는 반대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침공으로 10년 넘게 석유산업 투자가 전면 중단되고, 이후 내전까지 겹쳐 산유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지난해 본격적인 석유생산에 나서 산유량을 사상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란과 이라크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이날 합의는 그러나 2014년 11월 사우디의 감산 반대 이후 석유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고치 대비 70% 폭락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꾸준한 물밑 외교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사우디 리야드의 존 스파키아나스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사우디는 세계와 이 지역에 사우디가 일정 행동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면서 "그러나 누가 감산할지가 최대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 공급을 줄여야 하지만 사우디는 나홀로 감산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유가는 하락 마감했다.
뉴욕시장(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지난주말보다 배럴당 0.40달러(1.36%) 하락한 29.04달러로 마감했다. 런던시장(ICE)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이 1.13달러(3.38%) 급락한 32.26달러에 거래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