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쥐꼬리 이자' 받느니, 30억짜리 '꼬마빌딩' 샀다
2016.03.01 17:41
수정 : 2016.03.01 17:41기사원문
'꼬마 빌딩'에 갈 길 잃은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오자 '역시 부동산 불패(不敗)'라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1일 중소형 빌딩 전문업체인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300억원 이하 빌딩은 총 986곳으로 전년 729건에 비해 35% 증가했다. 거래 총액도 4조453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12년 2조9387억원에 견주어 보면 불과 3년 사이 1.5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대형 오피스(연면적 6만6000㎡ 이상) 거래금액(3조8000억원)도 앞질렀다.
꼬마빌딩이 부각되는 이유는 꼬박꼬박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그 어떤 자산보다 낫기 때문이다. 실제 2년 전 은퇴한 50대 A씨는 퇴직금을 털어 경희대 앞 대학 상권을 낀 지상 3층짜리 상가빌딩을 26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한 대기업 커피 프랜차이즈에 통임대한 후 매달 꼬박꼬박 1400만원을 챙기고 있다. 수익률은 연 6.7%로 은행 이자는 물론 어지간한 펀드 이상이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강남역 인근 등 좋은 입지의 중소형 빌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뛰었을 뿐 아니라 거래 건수도 상승세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낮아졌다고 해도 코너변이나 역세권이라면 연평균 4~5%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게 빌딩 투자"라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게다가 낮아진 금리 덕분에 빌딩 매입자금을 상대적으로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매매가격 대비 70~80%, 최대 90%까지 대출이 가능한 데다 금리가 낮아 빌딩에 투자하기에는 '물실호기'라는 설명이다. 실제 빌딩을 매입한 이들 다수는 20억~30억원 내외의 중소형 빌딩을 매입하고 임대수익을 내며 수익 일부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오동협 원빌딩부동산중개 상무는 "저금리 기조로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지난해 10월께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매수자가 잠시 줄어들기도 했지만 금리가 동결되고 일각에선 경기부양을 위해 외려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래 가치를 기대하는 투자 수요도 많아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자산가들이 요즘에는 향후 매각 시 시세차익에 관심이 많다"며 "인기 신도시와 도심지 중소형 빌딩은 최소 2~3년만 갖고 있어도 은행 수익을 거뜬히 뛰어넘는다"고 전했다.
반면 아파트를 통해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이들은 줄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의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말 이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한국감정원 기준)은 6주째 제자리걸음을 하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2월 전국 주택가격은 0.07% 올랐지만 전달(0.08%)보다 상승세가 둔화됐다.
올 들어 청약미달 단지가 속출하는 등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12일까지 1.2순위 청약이 끝난 총 32개 사업장 중 약 47%인 15곳이 순위 내에서 공급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지난해 12월 총 96개 사업장 중 순위 내 미달 단지가 37.5%(36개)였던 것에 비하면 미달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용훈 김경민 고민서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