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오명만 남기고 끝난 19대국회
2016.05.19 17:41
수정 : 2016.05.19 17:41기사원문
'식물국회' '최악의 국회'.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4년간의 임기를 마친 19대 국회에 대한 대내외 평가가 싸늘하기만 하다. 입법기관으로서의 기본 책무는 뒷전이고 정쟁과 계파 싸움 등에만 몰두하며 국민이 바라는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면서 호기롭게 시작한 4월 임시국회도 일부 무쟁점법안만 처리됐을 뿐 주요 쟁점법안은 여야의 첨예한 대립에 막혀 대부분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2012년 5월 29일. 18대 국회 종료에 맞춰 19대 국회 여야 지도부는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18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반성하며 쇄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대며 기대를 저버렸다.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한 달 가까이 지각 출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때는 여야가 진상조사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무려 150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대 국회는 사실상 4년 내내 정기국회와 임시국회가 이어졌지만 1년 가까이는 개점휴업 상태였으며 발의된 법안 가운데 자동폐기된 건수는 1만건에 달한다. 18대 국회(6453건)와 비교해 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19대 국회의 입법활동은 한마디로 '비효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며 "꼭 필요한 민생법안들은 정쟁과 국회선진화법에 막혀 처리되지 못한 반면 의원들의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으로 인해 법안 발의의 양적 팽창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악'의 입법활동 성적표와 달리 정치권은 4년 내내 정당 간의 정파싸움과 당내 계파갈등으로 시끌시끌했다. 야권은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며 분당 사태로 이어졌고, 여권도 총선 과정의 공천파동은 물론 이후 당 재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내홍으로 지도부가 공중분해되는 등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국회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국민 눈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에 정치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것 같다"고 자성했다.
■'협치'의 20대 국회…'글쎄'
20대 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협치'를 외치며 상생국회를 다짐하고 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20년 만에 3당 체제로 국회 지형이 변화된 만큼 어느 때보다 '생산적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며 여야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20대 국회가 본격 시작도 되기 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놓고 당청이 충돌하며 갈등 구도를 형성했고, 원 구성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감지되면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국회가 3당 체제로 변화됐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의 정략과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대표되는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과거 국회와 비교해 나아질 것은 없다"며 "특히 20대 국회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이런 폐해는 오히려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