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 "회계산업이 바로 서야 한국경제가 바로 선다"
2016.06.26 18:06
수정 : 2016.06.26 22:11기사원문
최 회장은 지난 24일 늦은 저녁 본지 기자와 만나 "회계산업이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면서 회계산업의 중요성과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다. 회계산업이 처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선거 결과를 보면 힘있는 회장에 대한 회계사회 회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지지를 해준 것에 대해 기뻐하기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힘있는 회장에 대한 의지 보다는 업계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기대를 걸었다는 생각이다. 회장선거에서 내세웠던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취임일성으로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가
▲기업들이 생산한 것을 다 더하면 국내총생산이 되듯이 기업의 회계 수치가 모인게 국가의 경제 통계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나온 회계 수치가 정확해야 경제 통계가 제대로 나오고 경제 통계에 입각해서 경제 정책도 제대로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해당 기업의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데 회계상으로는 과장돼 있다고 가정하면 그 수치만 보고 경제가 마치 호황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금리인하가 필요한데도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는 등 잘못된 정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상장 기업의 경우 회계를 보고 영업이익 등의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수치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결국 경제에 있어서 자원배분의 왜곡을 발생시키고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 먹는 것이다. 특히 산업적 측면에서는 회계수치를 보고 해당 기업 혹은 산업에 대한 조기경보가 가능하다. 매출 증감추이, 품목별 매출 추이, 매출 원가 구성 등을 살펴보면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흔히 회계사를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고 부르는데 그 역할을 감안해보면 자유시장경제의 파수꾼이라는 보다 넓은 영역으로 생각해야 한다.
―최근 잇따른 부실회계 논란으로 회계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낮아졌다. 신뢰도를 높일 방안이 있는가
▲회계산업의 신뢰가 크게 낮아졌는데 회계사들이 좀 더 잘했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느냐 등을 따져봐야 한다. 결국은 감사인의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외부감사인 독립성 문제는 기업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기업이 의도적으로 감사보수를 낮게 책정하는 측면도 있다. 감사보수가 적으면 감사를 위해 많은 사람을 투입할 수 없고 자금이 많이 드는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 예컨대 해외사업에 대한 감사는 문서를 통해 조회를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빈틈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걸 제대로 확인하려면 현지(해외)로 가야 하는데, 여행비 체류비만 해도 많은 자금이 든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감사를 위해 기업들이 감사보수를 적게 주는 측면도 있다.
특히 저가수임과 관련해서는 회계사간 경쟁도 영향을 주겠지만 입찰 과정을 통해 진행한다는게 크다. 입찰을 하게 되면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올해 부실감사 논란, 외감법 개정안, 감사보수 현실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챙길 현안은 무엇인가
▲역시 가장 먼저 챙겨봐야할 회계 현안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부문이다. 이를 위해서 감사품질 보증을 위한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이 중요하다. 최저가 낙찰로 기업들이 회계법인이 가지고 있는 을의 지위를 옥죄는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감사보수를 비용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감사보수는 회계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회계감사는 기업 오너가 채용하는 대리인 비용(에이전시 코스트)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 독립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감사보수를 제대로 받는것이다. 감사보수 최저한도를 설정해 적어도 적정 수준의 질(퀄리티)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임원선거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청년공인회계사회를 중심으로 청년회원들의 회계사회에 대한 불만이 크다. 갈등을 해소하고 끌어안기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청년공인회계사회 등 청년회원들의 의견을 적극 끌어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현명해지고 사고의 틀이 잡혀 있어 전체적인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서 강점이 있다. 반면 젊은이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잘 알고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아이디어를 얻은뒤 이 둘을 융합해 회계산업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40대초반까지 30명을 뽑아 청년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이 사람들을 공인회계사 회장 정책 자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회계사들의 주식투자를 사실상 금지하고 부실감사 회계법인 대표에 대한 제재를 신설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어느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규제와 함께 회계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감사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이 필요하다.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과 관련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경쟁제한 행위로 볼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 토지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의 경우 공공성 때문에 경쟁제한에서 제외되는데 자유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회계 부문이야 말로 공공성이 더 큰 만큼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할 수 없다.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 순위는 매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안은 있는가. 또 기업과 회계법인간 불합리한 관계를 끊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기업 투명성이 낮은 것은 외국에서도 한국의 외부감사제도가 잘못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외국은 외부감사와 내부감사가 상호보완하는데 우리나라는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모두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것을 원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
기업과 회계법인간 불합리한 관계는 경쟁입찰에 의한 저가수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서비스를 가장 가격이 싼 곳에 준다는건 말이 안된다.
특히 지정감사의 범위를 늘릴 필요가 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부투자기관 자회사, 공공성이 매우 높은 곳에 대해서는 지정감사를 해야 한다. 아울러 취약산업의 경우 부채비율, 매출액 감소 추이 등 지정감사 지정 요건을 완화해 조기경보 기능을 키워야 한다.
세금이 많이 들어가 공공성이 너무 높은 곳이나 조기경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취약부문은 지정감사를 하고 나머지는 자유경쟁을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감사품질 제고를 위한 보수 최저한도를 설정하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여전히 저성장의 터널속을 달리고 있는데 경제학자로서 어떤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의 저성장 이유는 투자정책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자본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투자자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투자의 효율적 배분에서 결국 실패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점점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투자의 효율적 배분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너무 짧다는 점이다. 매년 자리 보전의 위험을 겪고 있는데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경쟁력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회계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현재의 시스템도 문제다. 외부감사 독립성 부족으로 회계 정보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자원배분의 왜곡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만 해결하더라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최소 1%포인트에서 최대 2%포인트까지는 추가로 증가할 것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최중경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약력 △60세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 △22회 행정고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국제부흥개발은행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