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가방이 에르메스 버킨백 짝퉁?.. 글로벌 명품 "닮은 꼴도 용서안해"
2016.07.20 17:06
수정 : 2016.07.20 17:06기사원문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국내 유사 디자인 업자들을 상대로 잇따라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브랜드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상표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이른바 '짝퉁 상품'에 대해 고소 등 형사조치로 유통을 막았던 과거 행보에서 더 나간 것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상표권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페라가모.에르메스 1억원 배상받아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1989년 금속 버클에 두 겹의 리본을 끼운 특유의 여성용 구두 장식을 상표권으로 등록한 이탈리아 브랜드 페라가모는 "유사 디자인의 리본 구두를 제조.판매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닥스 구두 제조사인 에스디인터내셔날을 상대로 지난해 제조.판매 금지 및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반면 닥스 측은 "자사 표장은 단순히 기존의 관행적 장식 형태에 따른 것으로, 혼동될 우려가 없다"고 맞섰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이태수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금속제 장식에 'DAKS' 글자가 조각돼 있지만 양사 제품의 외관은 유사하다"며 닥스 측의 상표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닥스 여성용 구두 판매원이 '페레가모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던 사실과 두 브랜드 제품이 단화, 장화, 가죽신 등 신발류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점 등도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됐다.
지난달 같은 재판부는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가 여성용 핸드백 제작업자인 김모씨와 판매업자 오모씨를 상대로 낸 유사소송에서도 "해당 제품을 폐기하고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쟁점은 김씨 측이 제작한 일명 '눈알가방'으로 불리는 핸드백이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의 형태를 무단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였다. 버킨백은 1984년 영국 모델 겸 배우 제인 버킨이 사용하면서, 켈리백은 미국 유명 배우이자 이후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잡지 표지 사진에 들고 나오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00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생산 수량이 적어 구매 대기자 명단에 오르고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소비자들이 '눈알가방'과 에르메스 제품을 혼동할 우려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버킨백.켈리백은 제품 외관이 상품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점을 고려할 때 제품 형태를 무단 사용하는 것도 부정 경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에르메스 제품은 전면부, 측면부의 모양, 손잡이와 몸체 덮개의 형태, 벨트 모양의 가죽끈과 금속 잠금장치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디자인 특징을 이룬다"며 "이 제품 형태는 에르메스가 장기간 독점.배타적으로 사용하면서 일반 사람에게 식별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표권 침해영역 판례, 유사피해 방지책 활용
법조계는 글로벌 명품업체들의 이같은 대응방식이 종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짝퉁 상품'에 대해 고소.고발 등을 통해 수사기관과 협력해 대규모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를 적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짝퉁 판매가 워낙 은밀히 진행되고 현금 등 무자료 거래가 많아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기가 어려운데다 밝혀내도 정상 제품에 비해 현저하게 싸게 판매된다. 실제 상표권자가 생각하는 수준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되지 않아 개별 민사사건이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시장이 아시아 및 세계시장 공략의 시험무대로 인식되면서 적극적으로 상표권 침해 여부에 대해 사법부 판단을 받아보자는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움직임이 거세졌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서도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은 상표권 침해 등를 이유로 국내 한 원단업자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현재 심리가 진행중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손해배상 인정액 등에서 한계가 있지만 침해영역에 대한 판례를 정립함으로써 다른 유사제품 판매에 따른 손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