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 '법인 지급결제' 신경전

      2016.07.26 17:35   수정 : 2016.07.26 22:04기사원문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를 놓고 은행과 증권사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 대해 계열사에 대한 지급결제를 맡지 않는 전제조건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이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에 대해 반대해온 이유는 삼성과 한화 등 대기업 그룹이 계열 증권사로 주거래계좌를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한화가 은행에 맡긴 예금만 수천억원에 이르는데 이 자금이 계열 증권사로 빠져나갈 경우 은행들은 자산운용은 물론 유동성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들이 계열사의 지급결제를 맡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6일 "지난 2009년 국회가 증권사의 지급결제에 대해 개인고객만 허용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은행의 반발을 잠재우려면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계열사의 지급결제를 맡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5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이외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대해서도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 계열의 삼성증권이 전 계열사의 주거래계좌를 가져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삼성의 주거래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에 맡긴 삼성의 자금이 삼성증권으로 넘어가면 우리은행의 예수금 규모는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의 자금운용시스템(ALM)에 대한 리스크와 함께 원화 유동성비율(LCR)도 급격히 떨어진다. LCR는 비상상황 시 3개월 동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다.

예대율 문제도 발생한다. 예수금이 빠져나가는 만큼 대출 비중이 높아져 예대율이 100%를 초과할 수도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방안은 지난해 정부의 상반기 경제정책방안에도 포함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확대 등으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증권사의 신용공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창구가 늘어나야 한다. 증권사는 레버리지 비율 제한에 따라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수신기능을 확대해야 자금조달의 숨통이 트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범위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한정할 경우 대기업 계열 증권사는 삼성증권뿐"이라며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 대해 계열사의 지급결제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할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권 간의 공감대가 필요한 문제여서 어느 정도 절충할 수 있는 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이미 금융결제원에 결제망 특별참가금 3375억원을 납부한 만큼 금결원의 규약으로 법인의 지급결제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참가금은 개인과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전제로 산정한 자금규모라는 설명이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