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백 8년만의 한국 개인전 '낯선 산책'
2016.08.15 17:24
수정 : 2016.08.15 17:24기사원문
사방이 거울로 뒤덮인 공간. 갑자기 거울이 일렁인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 속, 일렬로 세워진 푸른 대나무의 올곧은 기개도 개운함을 주지는 못한다. 이용백 작가(50)의 신작 설치 작품 '낯선 산책'은 출렁이고 흔들리는 거울같은 현실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세월호 사건,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고치던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과 같은 비상식적인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세상 말이다. 지난 12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우리가 아무리 가만히 있어도 우리를 뒤흔드는 세상, 그럼에도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가고 있는 괴리감을 관객들이 간접적으로 느껴봤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미디어아트 대표 작가로 꼽히는 그가 4점의 설치 작품과 3점의 영상작업 등 총 7점의 작품으로 8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열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해 사상 첫 매진을 기록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 뒤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그간 국내보다 라이프치히, 베이징 등 해외에서 더 활발히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사회 속 세계의 모습 가운데 특히 한국의 모습을 반영했다. 사회의 이중성, 매체로 접하는 사건들에서 느낀 감정이다. 전쟁과 평화, 한국의 비극적 역사에 대한 오랜 관심에서 비롯됐다. '지루하고 흔해 빠진 소재를 작업하는 이유'가 그렇다. 단단한 알루미늄으로 만든 독수리의 날개를 기중기에 매달고 그 밑에 폭신한 흡음재로 만들어진 스텔스 B2 폭격기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설치작품이다. 이 작가는 "날개는 보통 평화와 희망을 상징한다. 대학생부터 거장까지 누구나 한번쯤은 작업하는 소재"라며 "끊임없이 날개에 관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평화에의 추구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텔스기 또한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전쟁과 공포의 상징"이라며 "그 미적 개념의 모순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꽃 무더기 속에 꽃으로 위장한 군인을 담은 영상 작업 '엔젤-솔저'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작가는 "수원에서 이 작업을 하던 중 탱크를 꽃으로 뒤덮고 있는데 지나가는 누군가가 꽃상여를 만드냐고 묻더라. 꽃은 분명 아름다움의 상징이면서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한국적 상황과 내면의 긴장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모순적인 현실을 비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과 바람도 담겼다. '엔젤-솔저' 연작으로 한국 토종 꽃씨를 뿌리는 퍼포먼스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군복을 꽃무늬로 만들었고 그를 둘러싼 환경을 꽃으로 에워쌌으니 이제 온 세상을 꽃으로 뒤덮을 차례죠." 전시는 9월 25일까지.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