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해외사업 '예비타당성검사'가 걸림돌?
2016.09.09 17:27
수정 : 2016.09.09 17:27기사원문
올들어 한전은 멕시코에서 2개의 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IPP) 입찰에 참여했으나 잇따라 수주에 실패했다. 스페인 업체의 덤핑에 밀려 수주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좀 더 살펴보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전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예타'에서 '적격' 판단을 받았으나 '사업 성공'에 목적을 둔 사업성 검토가 아닌 '예타 통과'를 토대로 사업성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한전이 지난 1월 어렵게 1조원 규모의 미국 브룩필드 풍력발전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거래가 성사 직전 불발됐다. 남동발전이 2012년 추진한 루마니아의 200㎿급 열병합발전소 건설사업 역시 '예타'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아 무위로 돌아갔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실사단은 "투자 예상수익률이 연 10%선은 돼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는 한전 측이 전망한 6~7%보다 높은 수치였다. KDI가 수익률을 문제 삼자 '부실투자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기 싫다'며 한전 측이 아예 사업을 포기했다. 루마니아의 경우도 비슷한 이유다. '예타'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대규모 신규사업의 경제성과 재원조달방법 등을 검토하는 절차로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해외사업에 대한 '예타'는 2011년 도입됐다.
특히 멕시코 IPP 사업은 멕시코 국영 연방전력청(CFE)이 사업자가 발전한 전기를 모두 사주는 전력수급계약(PPA)을 체결하는 사업으로, 25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한마디로 멕시코 정부가 보증해 한번 계약을 따는 순간 25년 동안 리스트가 없는 사업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스페인 업체는 초기 몇년 동안의 수익률을 '제로'로 잡고 낮은 입찰가격을 내세워 모두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전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충분한 프로젝트를 '예타'가 걸림돌이 돼서 놓친 셈이다.
모름지기 투자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법칙이 뒤따르는데, 위험에 적극 맞서지 못하고 안정성만 따진 결과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은 몇 년 전부터 국내 인프라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기업이 추진하는 해외신규사업의 절반가량이 예타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대상이 되더라도 다시 절반도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전과 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발전 공기업은 2012년 이후 13건의 대규모 해외사업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예타를 통과해 사업이 이뤄진 것은 3건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정부가 주도한 자원개발사업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가 낳은 부작용으로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평가잣대를 적용해 해외사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해외사업을 첫 단추도 끼우기도 전에 스스로 거두는 겁 많은 정부를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yoon@fnnews.com 윤정남 정치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