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000명 '묻지마 호출'.. 국회 한탕주의에 멍드는 재계

      2016.09.18 17:03   수정 : 2016.09.18 17:03기사원문

정부 '1년 농사'의 성과를 관리.감독하고 '잡초'(비효율성)를 뽑아내 내년 농사가 잘 되도록 견제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여야의 무차별적인 '묻지마식' 요구로 올해 국감장에 불려나올 증인.참고인만 해도 기업인 등을 합쳐 4000~5000명 선이 될 전망이다.

특히 야권 등이 '국감장 호출'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급만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부지기수다. 일반 증인.참고인까지 상임위원회별로 수백명씩에 달한다.

1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12년 3699명이던 국감증인은 2014년 3761명으로 조금 늘었다가 지난해 4175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국감대상 기관도 2012년 559개에서 지난해 712개로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대기업 총수 등을 포함해 무조건 부르자는 식의 '묻지마 호출' 관행이다. 담당 임원이나 실무자가 나와도 될만한 사항임에도 총수나 기관장을 불러 군기잡기, 호통, 막말이 뒤섞인 구태 국감이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선 전반적인 경영영향 요소를 감안하고 증인요구 사유 등을 명확히 해 국감 등의 진행을 효율적으로 하자며 '증인채택 실명제' 등의 도입을 주장했지만 번번이 정치권의 몽니에 가로막힌 상태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감에선 한 여당 의원이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한·일 축구전에서 누굴 응원하겠느냐"라며 엉뚱한 '황당질문'을, 한 야당 의원은 총수에게 '지역구 민원' 관련 질의로 빈축을 샀다.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놓고 질의를 단 한번도 하지 않거나 국감장에 장시간 대기시켜 놓고 초간단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서면답변이 가능한데도 굳이 국감장에 호출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19대 국회 국감, 일반증인 신문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감에 일반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증인 266명 중 단 한 건의 질문도 받지 않은 경우는 34명(12.8%)에 달했다.

한 대기업의 대관담당 직원은 "지난해 모 대기업 총수가 증인에 채택돼 해당 기업 국회 대관업무진이 상당수 교체됐다고 한다"며 "별다른 합리적 이유 없이 증인채택 명단에 넣는 통에 보좌진에게 (기관장 명단 제외를 위해) 애걸복걸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관업무 직원 밥줄은 보좌진에게 달려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무분별한 증인채택을 막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은 "국감 준비기간이 아주 빠듯하다 보니 '한건주의식' 폭로를 위해 무차별 증인채택 시도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정부 부처의 합리적인 행정집행과 효율적인 국감진행을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상시국감 도입 이전에 국회 스스로 갑질국감을 벗어나려는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고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정감사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정당이 정국의 주도권 확보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감사내용 자체보다 호통, 막말, 갑질국감 등 보여주기식 국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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