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만나는 걷기여행길
2016.09.25 15:31
수정 : 2016.09.25 15:31기사원문
■수원팔색길 화성성곽길 (경기도 수원시)
화성(華城)은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1997년에 등재되었다. 우리나라 성곽건축사상 가장 독보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길은 자랑스런 수원화성(華城)을 돌아보며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 수 있는 역사ㆍ사적길이다. 화성(華城)은 당대의 철학, 과학, 문화가 총 집결되었기에 ‘18세기 실학의 결정체’라 불린다.
유려한 성곽의 아름다움과 ‘거중기’ 같은 기계를 활용한 과학성은 한국 성곽의 백미로 꼽힌다. 화성은 성곽 둘레 5.7㎞, 성곽 안쪽은 1287만㎡으로 서울성곽과 비교하면 절반쯤 되는 아담한 규모다. 동쪽지형은 평지를 이루고 서쪽은 143m 높이의 팔달산에 걸쳐 있는 전형적인 평산성(平山城)이다.
다른 성곽과 달리 군사 기능 외에도 상업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성곽 대부분이 복원되면서 끊김 없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40여 개의 망루와 누각이 포진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길이다.
■도심고궁나들길 (서울시 종로구)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1995년에 등재된 종묘와 1997년 등재된 창덕궁을 아울러 만나는 길이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서 시작해 조선궁궐의 원형이 잘 보존된 창덕궁과 후원을 거쳐 창경궁을 거닌 후,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걷는 거리는 10㎞가 채 안되지만 아름다운 전각과 연못들을 감상하다보면 걷는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조선왕조의 왕과 왕비가 살아생전 지내던 궁궐과 사후 신위를 모시는 종묘까지, 이 길은 조선왕조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길이다.
■토성산성어울길 2코스 남한산성길 (경기도 광주시)
토성산성어울길 2코스 남한산성길은 송파구 마천역에서 출발해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도는 제법 길고 힘든 코스다. 우리 역사에서 남한산성만큼 치욕스러운 상처를 간직한 곳도 드물다. 1637년 병자호란의 굴욕을 겪었고, 조선 후기에는 천주교인 박해 사건이 있었으며, 군사정권 시절엔 육군교도소가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한산성은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서울 근교의 대표명소로 자리잡았고, 2014년 6월에는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서오릉나들길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은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2009년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이다. 서오릉 나들길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볍게 나들이 떠나기 좋은 곳이다. 서쪽의 다섯 왕릉이 모인 서오릉은 사극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과 왕비의 능이 모여있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장소이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왕릉과 소나무 숲길을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조선 제19대 왕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두 번째 계비 인원왕후의 능인 명릉은 매표소 반대방향에 있으니 놓치지 말자.
■사비길 (충청남도 부여군)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2015년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와 부여, 익산에 분포되어 있는 8개의 고고학 유적지를 말한다. 특히 부여에는 부여 사비성과 관련된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부여 나성 등 가장 많은 유적지가 분포하고 있다. 이 유적지를 사비길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말하는가”라고 외친 시인 신동엽의 생가와 백제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부여박물관도 있어 가족과 함께 선인들의 정취를 느끼며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고창예향천리마실길 7코스 고인돌길 (전라북도 고창군)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2000년에 등재된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기원전 10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장례 및 제례를 위한 거석문화 유산이다. 고창 고인돌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형태로, 죽림리 매산마을의 한가운데에 있다. 덮개돌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442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언덕 남쪽자락 15~50m 높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고창예향천리마실길 7코스, 고인돌길의 종착지에서 만나게 된다. 이 길은 성을 한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고창읍성에서 시작해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 생가를 거쳐 고인돌유적에 이르게 된다.
■석굴암~불국사길 (경상북도 경주시)
석굴암과 불국사는 신라인들의 창조적 예술 감각과 뛰어난 기술로 조영한 불교 건축과 조각으로, 경주 토함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한국 고대 불교예술의 정수를 보여 주는 걸작이다. 토함산은 신라 사람들이 동악이라고 부르며 그 어떤 산보다도 신성시하던 서라벌의 진산이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시절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지었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1995년 12월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한 두 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며 몇 번이고 되새겨 보아야 할 곳이다.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 (경상북도 안동시)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은 2010년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회와 양동 두 마을은 한반도를 크게 발전시킨 조선왕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다.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에서는 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산길, 들길을 지나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만난다. 하회마을은 1984년 1월 10일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되었다. 민속적 전통과 건축물을 잘 보존한 풍산유씨의 씨족마을이다.
유성룡 등 많은 고관들을 배출한 양반고을로, 임진왜란의 피해도 없어서 전래의 유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유씨 배판이라는 말대로 최초의 마을 형성은 허씨들이 이룩하여, 하회탈 제작자도 허도령이었다고 하며, 지금도 허씨들이 벌초를 한다고 한다.
■가야산소리길 (경상남도 합천군)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1995년 등재된 해인사 장경판전은 15세기에 건립되었으며 대장경 목판 보관을 목적으로 지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건축물이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감싸안은 가야산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해발 1,430m의 상왕봉이고 우두산, 설산 등으로도 불렸던 산이다. 가야산의 상왕봉과 두리봉 골짜기에서는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이 발원하는데 이 냇물이 해인사 앞을 지나면서 붙은 이름이 홍류동계곡이다.
봄에는 진달래나 철쭉이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가을에는 단풍이 계류에 제 몸을 비춰 냇물이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홍류동(紅流洞)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홍류동계곡은 해인사를 찾는 길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홍류동계곡을 넘나들며 해인사를 올랐겠지만 계곡 옆으로 찻길이 나면서 옛길의 일부는 찻길 아래로 묻히고 더러는 잊혔는데 가야산국립공원에서 이 옛길을 복원해서 걷는 길을 만들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동무삼아 걷는 길, 가야산소리길이다.
■제주지오트레일 성산·오조트레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은 2007년에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코스의 성산리는 제주의 동녘끝 성산반도에 자리한 마을로 영주십경 중 제1경, 더 없이 장엄한 일출 경관을 보여주는 성산일출봉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성산 앞바다 일출봉 건너에서 떠오른 해가 햇살을 펴면 가장 먼저 와 닿는 마을 오조리는 성산일출봉에서 서쪽으로 900m 거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널따란 내수면과 어우러지며 담백한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속에서 황근자생지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전설을 품고 있는 오름 식산봉, 화산활동으로 뜨거웠던 튜물러스를 만날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