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안전문 맞나…지하철 사망사고 올해만 3번째
2016.10.19 17:28
수정 : 2016.10.19 17:38기사원문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5월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용역업체 직원 김모군(19)이 숨진 지 5개월 만으로, 올해만 세번째 사고다. 이에 따라 승객 안전을 위해 설치한 안전문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그동안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구두선에 그쳤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오전 7시18분께 서울지하철 김포공항역에서 방화 방면으로 운행하는 열차의 승객 김모씨(36)가 전동차와 승강장 안전문 사이 공간에 갇혔다가 출발하는 열차에 끼여 숨졌다.
■신고에도 육안 확인 없고 기계적 결함 가능성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하던 승객 김씨가 전동차와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끼인 상태에서 전동차가 출발해 김씨가 안전문 비상문으로 튕겨나왔다. 김씨는 이 사고로 4-1 지점에서 3-4 지점 비상문까지 7.2m나 밀려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은 역직원과 119 대원이 김씨를 경기 고양 명지병원으로 옮겼으나 8시18분께 숨을 거뒀다.
경찰과 도시철도공사 등은 기계적 결함과 기관사 부주의 등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다만 지하철 승객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기관사가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관사 부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직무대행은 "5016열차에 전동차 출입문과 승강장 안전문이 모두 닫히고 기관사가 출발을 준비하던 중 출입문에 승객이 끼였다는 인터폰 신고를 받고 전동차 출입문을 다시 열었다"며 "약 27초 뒤 문을 닫고 출발했다"고 밝혔다. 기관사는 끼여 있는 승객의 안전 유무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나 사장직무대행은 "1인 승무제로 운영되는 현 시스템상 한계"라며 "기관사가 직접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고 과정에서 기계적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스템상 전동차 출입문은 7.5㎜ 이상이 끼이면 운전석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출발할 수 없다. 이번 사고에서는 경고등이 들어와 기관사가 전동차문을 27초 동안 개방한 후 다시 출입문을 닫았을 때 정상적으로 닫혔기 때문에 출발했던 것이다. 나 사장직무대행도 "27초 뒤 문을 닫은 후에는 끼임으로 인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지하철을"
연이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로 시민들은 불안해하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대학생 허모씨(23)는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사고가 잇따르면서 스크린도어 정비를 제대로 하겠다더니 바뀐 게 없는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스크린도어를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주부 서모씨(76)는 "서울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더니 도대체 무슨 대책을 시행했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회사원 박모씨(44)는 "대개 사고가 난 뒤에도 시간이 좀 지나면 잊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사고 역시 그 연장선이 아닌가 싶다"며 "서울시는 재발 방지에 힘쓴다고 약속했지만 또 이런 일이 벌어진 만큼 단순한 미봉책보다는 실질적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당장 관련 예산 집행이 어렵다면 중앙정부라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도철은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나 사장직무대행은 "앞으로 명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사고원인을 찾기 위해 경찰이 조사 중인 만큼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과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서울시와 도철은 고인과 유가족께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장례절차 등 예우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