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직격탄.. 분양 마친 단지는 ‘웃돈’ 반사이익 기대
2016.11.03 17:06
수정 : 2016.11.03 22:25기사원문
"직접 들어와서 거주하실 건가요?"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3일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 인근 공인 관계자들은 분양 예정 단지에 대해 문의하자 실거주 목적인지를 먼저 확인했다. 대책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분양권 전매가 완전히 금지된 데다가 중도금 집단 대출도 되지 않는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집중된 강남 지역이 이번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서초구 잠원동의 A 공인 관계자는 "투자 목적이라면 매매금액이 100% 마련되지 않은 한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약경쟁률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던 지역을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전략이 우선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분양 예정 재건축 '난감'
이달과 다음 달 분양을 준비 중이던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서초구에서는 방배동 '방배아트자이'와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가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다. 송파구 풍납동의 '잠실올림픽아이파크'도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들 중에는 이르게는 올 상반기부터 분양 일정을 잡고 있었던 단지도 있지만 고분양가 제재와 중도금 집단대출 요건 강화 등 사실상 강남권을 조준한 정부 대책 등으로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일정을 미룬 단지도 많다. 이번 대책에 예상보다도 강한 '전매제한금지' 조건이 포함되면서 불과 몇 주 차이지만 6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손바뀜 금지 조항이 생긴 셈이다.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입주가 2019년 6월이니까 그때까지는 분양을 받아도 팔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일반분양 일정에 맞춰 중도금을 다 현금으로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한 자금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월에도 거의 분양을 할 분위기였는데 불과 몇 주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청약경쟁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니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된 것"이라고 전했다.
청약경쟁률이 낮아지는 등 분양시장 열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부 조합에서는 정부가 대책 발표 이전에 분양승인을 조절한 것 같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이달 분양하는 강남권 모 재건축단지 조합 관계자는 "이미 지난 10월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승인을 미뤄 이번 대책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면서 "지난 1일 HUG에 조합원 20여명이 가서 항의도 했지만 정부 정책이 발표됐으니 이제 어쩌겠느냐"고 토로했다.
■전매제한 피한 단지 '표정 관리'
전매제한을 피해간 단지들은 표정관리에 나섰다. 지난달에 분양을 마친 '아크로리버뷰'를 비롯해 올해 강남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기존 법의 적용을 받아 6개월 이후엔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
특히 이미 분양한 단지 중 6개월 전매제한 기간도 넘긴 곳들은 분양권 '웃돈'이 더 상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 이미 분양권을 소지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분양권 거래와 관련해 실거래가 시스템의 모니터링을 강화해 다운계약.업계약 등을 찾아내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탈루 세금이 추징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4구'로 묶이면서 전매제한 지역에 포함된 강동구의 재건축 단지들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은 지난달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계약까지 끝냈지만 분양권 불법전매 집중 단속 등과 이번 규제까지 겹쳐 프리미엄이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래미안블레스티지' 등 풀린 분양권 가치 상승
이날 대책이 업계에 사전 예고되면서 최근 들어 하향세를 기록하던 기존 분양 단지의 분양권 '웃돈'은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남권 규제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2억원까지도 간다고 알려졌던 분양권이 최저 50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시장이 경색되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분양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권 거래가 전면 금지되면서 몸값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개포동 N공인 관계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을 찾는다는 말에 "전용 59㎡형은 아예 매물이 없고 84㎡형도 (분양권을) 쥐고 있는 사람한테 문의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프리미엄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니까 잘 내놓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억~2억만 더 주면 산다고 해도 직접 찾아서 계약하러 가보면 물건이 없다"고 덧붙였다. 래미안 루체하임'과 '디에이치 아너힐즈'도 오는 12월과 내년 3월 각각 전매제한이 풀려 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일반분양 물량이 263가구, 63가구 등으로 적어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책이 강남권을 정조준한 데 대해 강남에 청약하는 사람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시중은행 부동산 자산관리전문가는 "강남은 지역 내에 노후 아파트가 많고 교육 환경 등으로 신규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항상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청약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면서 "강남에 살던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투자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