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빅4, 올 영업익 7兆 '사상최대’.. 내년 전망도 ‘장밋빛’
2016.12.19 17:35
수정 : 2016.12.20 09:58기사원문
정유업계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고유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 2011년의 기록을 넘어 영업이익 7조원 고지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원유 수출국의 감산 합의와 정제 마진의 회복세,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변수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조원 영업이익 눈앞
19일 정유업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이 사상 첫 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호황기에 기록했던 전체 영업이익 규모(약 6조8100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실제 지난 3.4분기까지 정유 4사의 누적 영업이익이 5조6859억원으로, 지난 2011년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인 5조8900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4.4분기엔 겨울철 성수기 진입에 따른 정제마진 반등세 등 긍정적 요인에 따라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7조원 영업이익이 가능할 '장밋빛'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시차효과도 정유업계가 호실적을 달성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80% 수준으로 국내 도입까지 한달가량의 시차가 발생해 유가상승은 실적반영 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가가 오를 경우 정유 제품을 팔 때 오른 유가시세에 맞춰 제품가격을 높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러시아 등 주요 원유수출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가 부대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 4.4분기는 지난 3.4분기보다 더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면서 "업계 전체 영업이익 7조원 돌파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 전망도 긍정적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중장기적으로 정유업계의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따라 제조업 지표가 개선되는 분위기 속에서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은 탓이다.
아울러 석유화학제품 시장의 호조도 정유업계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업계의 기초원료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국내외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는 등 긍정적인 시황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최근 시황 개선에 발맞춰 대규모 에틸렌 증산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또 화석연료 산업을 강조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국내 정유업계의 호실적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이에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제 마진도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1·4분기 배럴당 7.7달러에서 2·4~3·4분기 5달러대로 떨어졌지만 4·4분기 다시 6.9달러까지 올랐다. 내년 정제마진이 7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정제설비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국제시장의 석유 수요 증가량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 중국 등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유효수요의 증가 등을 감안할 경우 정제마진 약세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비관론도 제기된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어서다. 아울러 석유수출국들이 합의한대로 실제 감산에 돌입할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국제유가 변동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