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석유시장, OPEC 감산 이행여부에 달렸다

      2017.01.03 17:37   수정 : 2017.01.03 17:37기사원문
올해 석유시장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에도 순탄한 수급균형이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곳곳에 장애물들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감산 약속 위반에 달러 강세, 미국 셰일석유 등이 OPEC을 괴롭힐 것으로 전망됐다.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올 석유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업계 내부의 희망섞인 관측과는 결이 다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OPEC의 감산을 전후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3.72달러로 지난해 장을 마감해 연초대비 45.03%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같은 힘차고, 안정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투자은행 14곳을 상대로 한 WSJ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올 유가전망은 비교적 낮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평균유가를 배럴당 56달러, WTI 평균유가는 54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같은 설문조사에서 70달러 이상을 예상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망이 비교적 어두운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OPEC이 카르텔의 속성을 답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유국들이 감산 약속을 제대로 지킬 것이냐의 문제다. 배신의 유혹이 상존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OPEC과 러시아.브라질 등 주요 산유국들은 올 1월1일부터 산유량을 약 2%, 하루 180만배럴 정도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감산합의 규모가 지켜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82년 이후 OPEC의 감산 평균치는 합의됐던 규모의 60%에 불과했다.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서비스의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인 톰 클로자는 이번 감산 규모가 합의 수준의 70%, 하루 70만~10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세계 최대 산유국 1, 2위를 다투는 러시아가 OPEC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석유 수급균형이 지연될 또 다른 요인으로는 미 셰일석유가 있다. 미 셰일석유 업체들은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가 상승에 따른 생산증대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유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지난해 여름부터 미 셰일석유 가동 유정수는 증가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올해 유가가 올라 배럴당 60달러선에 육박하면 미 셰일석유 생산량은 12월말 하루 920만배럴, 내년말에는 하루 1000만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산유량은 하루 880만배럴 수준이다.

강달러에 따른 수요 둔화도 공급초과 흐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가 14년만에 최고수준으로 뛰면서 달러로 석유를 사야하는 나라들의 석유수요는 증가세가 둔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들의 석유비축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세계 석유소비 규모가 3년만에 가장 낮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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