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감옥' 문영심 작가, "분단의 역사에서 왜곡된 인권문제 드러내려"

      2017.01.21 13:54   수정 : 2017.01.21 19:52기사원문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또 다른 '두 도시 이야기'가 존재한다.

2017년 1월 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민심은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다" "북한 신문이 촛불집회를 보도했다" "종북 성향 단체가 주도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6일 뒤 법무부는 '2017년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간의 최대 성과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꼽았다.



4년 전인 2013년 8월 국가정보원은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통진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혁명조직(RO)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했기 때문에 내란음모와 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은 이석기 의원 등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했다.

지난 2015년 1월 22일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RO의 실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카로스의 감옥>의 저자 문영심 작가는 책 마지막 부분에서 '내란 사건의 최장기수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고 밝힌다.

"이석기는 한국 현대사 내란 사건 최장기수로 복역 중이다.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년 6개월간 복역하고 951일 만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전두환 정권조차 내란 사건으로 잡아 가둔 정치인을 그 이상 잡아둘 배짱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에서 이석기는 구속된지 만 3년을 넘긴 채 0.75평의 독방에서 날마다 내란 사건 최장기수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 작가는 이석기 내란음모가 조작된 사건이라고 확신한다. 집필을 위해 내란음모 사건 당사자들을 취재하고 재판 기록을 면밀히 따져본 결과라는 것이다.

문 작가는 책을 통해 묻는다. "왜 이석기는 구속돼야 했는지" "당시 '종북몰이'에 열을 올리던 언론과 정치인들은 책임이 없는지"
그리고 책을 벗어난 문 작가는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다. "이석기 등 내란음모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은 구명될 수 있을까"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교체되면 이석기 전 의원은 석방될까"
정권 교체 이후 '이석기 석방'에 문 작가는 회의적이다. 이유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목했다.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내란음모 조작 사건의 진실을 못 보고 있다는 것이 문 작가의 판단이다.


"이석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불편한 존재라는 인식이 많다. 그와 연관된 책을 왜 썼는가"
- 분단의 역사에서 왜곡돼온 인권 문제를 드러내고 싶었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조작사건보다 통진당 해산 이후 우리 사회가 더욱 우경화되고 조작된 공안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자유로운 토론을 하기 어렵고 더욱이 어떤 주장이나 생각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는 경향이 심해진다. 그래서 공안 정국을 촉발시킨 일련의 사건을 규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진당 부정경선 사건을 시작으로 내란음모 조작사건에 이어 통진당 해산을 책으로 다룬 이유다.

"또다시 불편함을 얘기해보자. 이석기에 대한 책인 만큼 반감 또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을 것 같다"
- 부정적인 반응이라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무관심이 가장 힘든 것이다. 비판을 한다면 난 오히려 해줄 얘기가 많다. 책의 내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른바 진보 매체, 진보적인 논객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진보정당 그리고 진보적인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에 왜 진보진영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 의도적인 무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란음모 조작사건, 통진당 해산 사건에 있어서 공범이다. 이른바 진보 언론도 사건 당시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이석기 전 의원을 포함한 사건 피해자들의 입장을 제대로 다루려는 시도나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진보 진영 사람들은 비민주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갖고 있을테고, 그래서 이번 책이 나온 것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서평도 장정일 작가가 쓴 것이 유일하다. 책 내용이 별로라면 비판이라도 가해야하는데 아에 관심을 보이려 하지 않는 것은 자기들의 잘못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 '종북몰이'이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이 책이 이슈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석기 등 당시 사건 피해자들이 언론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전달하지 못한 측면은 없을까"
- 당시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보도해주길 바라면서 온갖 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았다. 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언론은 그들이 제공한 자료와 정보를 왜곡까지 하며 보도한 경우도 적지 않다. 내란음모 사건이 벌어졌을때 이석기 등은 이게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한 밤중에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셈이었다.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언론을 통해 녹취록 내용이 보도되고 ,기자들은 이석기 등이 이를 부인하고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사실 확인은 없고, 부정하기 위한 부정이었다. 때리기 위해 때렸던 것이다.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다. 무엇이 현재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인가"
- 어떤 사안을 기사로 다룰때 사실확인이 가장 중요하다. 상황은 다르지만 최순실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확인이 안된 정보와 온갖 선정적인 내용들이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실 확인없이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행태로 인해 사건 당사자가 받는 고통은 엄청나다. 마녀사냥을 당하는 셈이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은 원래 마녀사냥을 조정하고 앞장섰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자기들이 마녀사냥식 언론보도에 직면하자 이에 항의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들도 보통 사람들이랑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인권적인 측면에서 범죄 관련 보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의자도 무죄라는 전제로 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하는데 우리 언론은 이를 무시한지 오래다.

"통진당 부정선거 당시 및 재판과정에서 이석기 등과 대척점에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봤나"
- 전혀 취재를 하지 않았다. 취재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건 전개 과정에서 사실상 모든 언론이 이석기 등과 반대편에 있었던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볼수 밖에 없다.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가 너무 불균형했다는 얘기다. 상대편의 입장은 지금도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알수 있다. 당시 언론은 이정희와 이석기가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데 통진당에 있었던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잘못과 불법 행위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반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될 경우 이석기에 대한 재판 결과가 다시 논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석기의 석방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석기의 석방에도 회의적이다. 정권이 바뀌는 상황을 고려한 입장으로 보이는데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문재인 후보다. 과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이석가 석방될까?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얼마전 문재인 후보는 JTBC에 나와 과거 헌재의 통진당 해산 판결에 동의하는 취지의 발언( 아래 동영상 10분 50초 부분)을 했다. 이는 문재인 후보가 통진당 해산 판결이나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상대편에 대한 비판이 거침없다. 이석기 또는 과거 통진당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하거나 친분이 있는가"
- 난 사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떤 과거의 역사라면 모를까, 현재 진행형인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 정치권에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현재의 보수 양당 체제에서는 냉전이데올로기 등 구시대적인 유물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더라도 진보정당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내 정치 성향은 녹색당에 더 가깝다. 다만 현실 정치에서 녹생당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거가 있을때 진보정당에 한표를 주는 정도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이석기 석방' 구호가 등장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호응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왜 여론은 이석기를 지지하지 않을까"
- 정치는 여론에 좌우된다. 여론을 만드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다. 과거 통진당에 함께 있었던 심상정, 유시민 등은 그전부터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이석기는 아니다. 당시 정치 신인이었다.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 종북으로 몰려 공격을 받았다. 대중이 이석기에 대해 호감을 가질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언론에서는 이석기가 국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진보 언론에서도 이석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데 한 몫한 것이 사실이다.



"무거운 주제의 책을 집필하면서 힘에 부친다는 생각을 한적은 없나"
- 전반적으로 다 힘들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이석기 외에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정작 이석기는 변호인을 통해서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해줬다. 하지만 다른 당사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입은 트라우마가 깊어 취재에 소극적이었다. 억울한게 많아도 말을 하지 않으려했다. 어렵게 취재가 돼도 책에 실명을 쓰는 것을 두려워했다. 피해의식이 상당히 깊다는 얘기다. 이들은 자신들이 당한 고통으로 자신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사찰 그리고 정당 강연장에서의 발언을 감청하는 등 이런 인권침해적인 사실은 언론에서도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책에 대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반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심 받는 것을 넘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 아직도 우리 현실에 공안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특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도 심각히 문제를 느껴야 한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말로 인해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넓게 퍼졌으면 한다. 또 한가지 이석기가 아직도 감옥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석기는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를 받았고 선동으로만 9년이 선고됐다. 우리 사회의 망각과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건 당시 마녀사냥식으로 떠들어대다가 이후 언제그랬냐는 듯이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 본인들의 행위가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줬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미래에 이석기나 통진당 해산 사건이 재심을 받아 무죄가 밝혀지더라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
당시 유죄 판결을 낸 판사들도 그 어떤 책임이 없다.

FN독서토론단 re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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