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2020년엔 공급 부족해 가격 급등
2017.03.07 18:30
수정 : 2017.03.07 22:05기사원문
국제 석유 생산 속도가 갈수록 더뎌져 2020년부터는 수요 증가세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지난 2년간 유가가 70% 폭락하는 사이 산유국들이 대부분 신규 투자를 중단한 여파로 볼 수 있다. 반면 석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향후 공급난까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일(이하 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 석유 공급이 수요보다 모자랄 수 있으며 급격한 유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5개년 시장 관측보고서인 '석유 2017'을 공개하고 신규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승인돼야 공급부족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급부족 현실화, 유가 상승 대비해야
IEA는 보고서에서 석유 시장이 앞으로 3년간은 안정을 유지하겠지만 2020년부터는 생산 증가 속도가 대단히 느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2022년에는 석유 생산량 가운데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재고가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예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타 비롤 IEA 사무총장은 6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2022년까지 급격한 유가 상승을 초래할 위험이 심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신규 투자 프로젝트가 승인돼야하며 또한 승인 과정도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위기 원인은 저유가로 인한 투자위축이다. 다국적 정유사들은 2014년 배럴당 107달러에 이르던 유가가 지난해 초 26달러 수준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잇따라 대형 투자 계획을 중단했다. FT는 다국적 정유사들의 투자 규모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5%씩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11개 국가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유가 회복을 위해 올해 상반기동안 산유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나마 석유 생산이 늘어나는 곳은 미국이다. IEA에 의하면 미 셰일 석유 생산량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앞으로 5년간 일평균 140만배럴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롤 총장은 보고서에서 "미국산 석유 공급이 두번째로 증가하고 있고 유가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안주할 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석유 수요가 가까운 시일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환경 에너지 개발해도 석유 수요는 여전
IEA는 세계 석유 수요가 앞으로 5년간 해마다 일평균 약 120만배럴씩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석유 수요는 2019년 일평균 1억배럴을 넘어서 2022년에는 일평균 1억400만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 수요 증가는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폭넓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2022년까지 인도의 석유수요가 중국을 추월한다는 예측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신흥시장의 경제성장과 항공 운송 증가가 석유 수요를 끌어 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아울러 IEA는 비록 국제적으로 에너지 절약 정책이 늘어나고 친환경 에너지나 전기 자동차 사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석유 수요를 억제하기에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승용차 가운데 에너지 효율 규제를 받는 차량은 전체 4분의 3에 달한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재고 역시 2015년 1300만대에서 2022년 15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EA는 이러한 움직임이 석유 수요 증가를 늦출 순 있어도 수요를 줄이지는 못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앞으로 5년간 전기자동차 증가로 인해 줄어드는 석유 수요가 일평균 2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공급부족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문제는 시장 안정이다. IEA는 미국의 석유 생산이 늘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다른 산유국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비롤 총장은 "국제적으로 (신규 유전개발 등) 투자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유가 급변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