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미 셰일석유 맞서 가격 인하
2017.03.08 06:33
수정 : 2017.03.08 06:33기사원문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는 유황성분이 낮은 저유황 경질유(라이트) 가격을 낮췄다. 감산에 따라 계속해서 가격을 올릴 것이라던 시장 예상과 어긋나는 것이다.
사우디는 4월 아시아 선적분 '아랍 라이트' 가격을 배럴당 30센트 인하했다. 중동유가 기준물인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5센트 낮은 가격이다.
특히 배럴당 30센트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뒤집는 결정으로 미국의 아시아 셰일석유 수출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람코는 또 '엑스트라 라이트'는 75센트, '슈퍼 라이트' 50센트, 중질유는 30센트 낮췄다.
그러나 유황 성분이 많아 고도 정제 시설을 갖춘 정유소가 아니면 가공이 어려운 '아랍 헤비' 가격은 동결했다. 미국이나 북해,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나는 경질유 석유와 경쟁하지 않는 시장이어서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시장 구조로 볼 때 가격 인상이 예상되던 시점에서 사우디가 깜짝 가격인하를 나선 것은 그만큼 미 셰일석유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아시아 경질유 시장까지 잠식당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싱가포르 아이비 글로벌 에너지의 컨설팅 책임자 투샤르 타룸 반잘은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가운데 사우디의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면서 "이는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과 유가 경쟁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나아가 필요성이 높아진다면 방법론에서도 변화를 수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고유황 석유 생산은 약속대로 줄이는 반면 경질유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최신 정제설비가 필요한 고유황 성분 원유 시장과 달리 값이 비싼 저유황 원유 시장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BMI 리서치의 피터 리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경질유 시장에서 더 큰 경쟁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미 고유황 중질유 생산을 줄인 상태여서 경질유 시장에서도 추가 시장점유율 축소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 에너지 애스펙츠의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 암리타 센도 "시장 수급이 빠듯한 곳은 고유황 시장으로 라이트 시장이 아니다"라면서 "일부 원인은 분명 미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미 경질유 수출 대부분이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 인구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석유수출은 2015년말 해외 석유수출 제한 조처가 해제된 이후 가장 많은 하루 74만6000배럴에 이르렀다.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 585만배럴이 수출됐고, 호주에도 22만3000배럴이 팔려나갔다.
미 셰일 석유 가격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중동 원유 기준물인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72샌트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 북해 석유도 아시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월 서아프리카의 대 아시아 석유수출은 5년여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비 글로벌의 반잘은 미, 아프리카, 북해 석유의 아시아 수출 확대는 경질유 시장의 경쟁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