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알바’ 임상시험과 생동성 시험, 과연 괜찮을까요?
2017.03.18 09:00
수정 : 2017.03.21 08:49기사원문
#. 대학생 김정민씨(가명·22)는 최근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밀려드는 월세비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단기간의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몸을 담보로 하는 아르바이트 아니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급전이 필요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임상시험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 시험)이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소위 말하는 ‘꿀알바’로 통하고 있다. 2~3일 동안 적게는 2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 중반대의 금액을 힘들이지 않고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광고나 아르바이트 홈페이지에서도 ‘단기간 고수익 알바’라는 수식어가 붙은 모집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임상시험에 참여한 성인은 4996명이며, 생동성시험에 참여한 성인은 1만 685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2012~2013년 도시별 임상시험 규모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한국이 임상시험의 천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임상 및 생동성 시험, 마케팅으로 활용까지?
임상 시험과 생동성 시험 지원 방법과 절차는 간단하다. 지하철 모집 공고문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하거나 생동성·임상시험 모집 사이트에 접속하면 된다.
한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험이지만 자격요건에만 해당하면 지원이 가능하다. 단, 각 모집공고 내용에 따라 자격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기 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두 시험 모두 신체검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참여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체검사에 통과한 뒤에는 1기 일정, 2기 일정을 거쳐야 한다.
1기 일정은 병원에 집결해 식사 후 투숙(1일차), 임상 및 생동성 시험 진행 후 투숙(2일차), 오전 귀가 후 오후 방문(3일차), 오전 방문 후 10~30분 내 귀가(4일차)로 이뤄진다.
시험을 진행할 때는 병원에서 약품을 경구 투입한 후 정해진 시간마다 채혈을 하게 된다. 2기 일정은 한 달 뒤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보통 1기 일정이 끝나면 소정의 선지급금이 나오고 나머지 금액은 2기 일정이 종료된 후 지급된다.
최근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임상 및 생동성 시험 지원자를 모집하려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한 A업체는 ‘생동성 모집공고를 지인에게 소개해 시험에 참여하면 1인당 1만원권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지인 소개로 10명 참여시 10만원을 준다는 예시도 덧붙였다. 단기간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점을 부각시켜 쉽게 지원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임상시험과 생동성 시험, 뭐가 다를까?
임상시험과 생동성 시험은 엄연히 연구 목적이 다르다. 임상시험은 제약회사에서 출시할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생동성 시험은 복제 약이 본래 약과 동일한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말한다.
임상시험은 특정 환자군에 필요한 치료제의 임상적 효과와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상~4상 임상 시험 중 1상 임상 시험은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도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
생동성 시험은 참여 집단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을 각각 투여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차해서 진행한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의 농도 변화, 안전성 등을 검사하게 된다.
대학생 때 임상시험과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직장인 오씨(35)는 “개인적으로 임상시험 보다 생동성 시험이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무래도 신약 보다는 복제 약을 테스트하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부작용 발생시 보상절차는?
임상시험 혹은 생동성 시험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물론 비임상시험을 통과한 약품에 한해서만 임상 시험이 진행되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식약처의 ‘최근 3년간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1년 503건, 2012년 670건, 2013년 607건으로 매년 수백 건의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지는데 ‘중대 이상약물 반응보고’는 3년간 476건 발생했다. 이 중 사망에 이른 경우는 49건, 생명 위협은 7건, 입원한 경우는 375건으로 나타났다.
피험자들은 임상 및 생동성 시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험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시험 도중 예측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후 보상을 해주지만 피험자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즉각 시험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피험자는 부작용이 생길 경우 스스로 임상시험 및 생동성 시험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절차 또한 여러 단계로 이뤄져 있어 까다로운 편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경민 간사는 "보통 피험자가 병원의 임상시험 및 생동성 시험에 참여할 때 중간업체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작용에 대해서도 계약서 상에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아 지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