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시대에서 쓰는 시대로
2017.03.22 17:57
수정 : 2017.03.22 17:57기사원문
예스24에 따르면 글쓰기 도서는 지난 2014년 비약적으로 성장한 뒤 2015년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전년대비 판매율이 61.4%가 늘며 인기도서 카테고리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올해도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약 5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글쓰기 도서 베스트셀러 10위 안에는 글쓰기 도서 열풍의 시발점이 된 두 권의 책이 여전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2014년·메디치미디어)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015년·생각의길)이다. 20위권 안에는 2015년 출간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의 '서민적 글쓰기'(생각정원), 심지어 2008년 출간된 조셉 윌리엄스와 그레고리 콜럼이 쓴 '논증의 탄생'(홍문관)도 이름을 올렸다.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 관련 첫 도서이자 베스트셀러인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후 같은 해 '유시민의 논술 특강'(생각의길), 2016년 '표현의 기술'(생각의길), '유시민의 공감필법'(창비) 등 글쓰기 관련 책을 잇따라 출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껏해야 대학 리포트 시절만 벗어나면 손을 뗐던 '글쓰기'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뭘까. 대입부터 취업까지 자기소개서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글쓰기가 취미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것을 보면 단순히 필요에 의해 찾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업계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활성화로 글쓰기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뿌리 내린 점에 주목한다. '140자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트위터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재치있게 요약하고, 페이스북에서는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장문으로 드러낼 수 있다. 즉 글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가 늘었고, 또 한편으로 그것을 즐기게 됐다는 의미다. SNS '좋아요' 클릭 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젊은이들이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쓰기 열풍은 필사책으로도 이어졌다. 반짝 인기에 그칠 것으로 봤던 필사책 분야는 어느새 스테디셀러 및 독립 카테고리로 자리잡는 추세다. 복잡한 세상에서 직접 글을 쓰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필사책의 인기가 1년을 훌쩍 넘어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필사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2%가 늘었다.
필사책 인기의 신호탄은 2015년 6월 출간된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쐈다. 김용택 시인이 선별한 쓰기 좋은 시 111편을 담은 이 책은 인기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며 다시 한번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필사책은 시.에세이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인문 분야에서는 '논어' '채근담' '명심보감' '사기' 등의 고전 필사를 비롯해 '필사, 쓰는 대로 인생이 된다'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 등이 있고, 종교 분야에서도 필사책의 인기가 높다. '어린이 성경 필사노트' '문단열의 매일 읽는 영어 성경 세트' '쓰는 기도' '손으로 쓰는 기도' 등의 책이 출간됐다. 또 지난 1월 출간된 '바른 글씨 비법 노트'도 3월 첫주 취미·레저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하루 7분 바른 손글씨 완성' 등도 해당 분야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MD는 "간단한 필기구 만으로 좋은 글귀를 차분하게 따라 씀으로서 마음의 위안과 격려를 받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