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 개인전 '컨티뉴엄' 수많은 나무활자로 감정 표현

      2017.07.20 19:46   수정 : 2017.07.20 19:46기사원문

그는 하루를 두 번 산다. 아침 9시가 되면 저녁 7시까지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서서 목판 활자를 이용한 타이프 시리즈 작업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사우나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저녁 8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마치 방금 전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회화 작업에 몰두한다.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싶은 살인적인 스케줄. 그의 작업실에는 간이침대조차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려운 마음이 없다.
스스로 자초한 고행. 도를 닦는 마음으로 끝없는 노동 끝에 고통의 에너지를 작품에 쏟아내지만 그에게는 놀이와 같이 즐거운 일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까'하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는 게 너무 싫어서 고행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인지하는 순간 고단해지니 그런 마음 자체를 떠올리지 않으려 몸을 바삐 움직입니다."

이진용 작가(56)가 서울 삼청로 학고재에서 개인전 '컨티뉴엄(Continuum)'을 진행중이다. 이번 개인전에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활자 시리즈와 책 시리즈 등 신작 223점을 선보인다. 그가 30년 동안 해온 골동품 수집에서 시작된 산물인 '활자 시리즈'는 과거 중국에서 사들인 수십만개의 나무 활자를 활용해 만든 작품들이다. '조각 그림(Sculpture Painting)'이라고 명명한 이 작품들과 마주하면 수없이 많은 활자의 향연 속에 물아일체의 경지를 생각하게 된다.

밤마다 하는 회화작업 역시 고행의 흔적이다.
'책 시리즈'의 경우 수없이 많은 선을 반복해서 긋는 작업을 통해 그림 속의 책장 한장 한장을 완성시킨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자신의 내면의 입자들을 수직으로 쌓고 수평으로 펼치면서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판이 되고 그 판이 다시 모여 거대한 하나의 문양이 되는 점, 수천 권, 수만 권의 책이 쌓여 또 한 권의 거대한 책이 되는 부분에서 오는 강한 카타르시스를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오랜시간 떨어지는 미세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과정, 고택의 서까래 위에 오랜 세월을 거치며 하얗게 쌓인 먼지 속에서 오는 그 초월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이진용 작가는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박지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