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진짜 보신이 될까요?
2017.08.07 17:32
수정 : 2017.08.07 17:32기사원문
몇 년 전 첫 아이를 뱃속에서 허무하게 잃어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여름 임신부에게 한 여름을 이겨낼 최고의 보양식이 보신탕이라는 시댁 어르신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마지못해 먹었다.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던 8개월된 태아가 사산을 했다.
병원에서는 보신탕이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김씨와 그의 가족은 개고기 탓이라고 확신한다.
김씨 부부는 아직까지도 각종 질병이나 항생제 논란을 부르는 큰 개고기 관련 뉴스가 나오면 죄책감에 눈물을 훔친다.
개고기는 과연 보양식일까. 한 여름 원기 회복을 위해 무심코 먹은 한 그릇의 보신탕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면?
우리 전통식문화라는 이름 아래 '개고기=보양식'이라는 명제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왔지만 최근들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인류 최고의 반려동물인 개에 대한 감정적.윤리적 접근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식용으로 키워진 개들의 열악한 사육환경과 전염병 방지를 위해 쓰이는 항생제 등 각종 약품으로 인해 건강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표적인게 항생제의 남용이다.
육류에 대한 항생제 남용 논란은 비단 개 뿐만이 아니다. 식용동물을 밀집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항생제 논란은 불가피하다. 활동적인 동물 다수를 인위적으로 억압해 가두면 질병 발병률이나 감염률은 커질 수 밖에 없고 이는 항생제 과잉사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 원인으로 축산물의 고농도 항생제 배합 사료, 자가 치료 등이 꼽히고 있다. 육류에 포함된 항생제는 병원균과 달리 끓이거나 얼려도 없어지지 않고 우리 몸으로 고스란히 흡수돼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
■비위생적 사육환경에 '항생제 남용'도
식용을 위해 키워지는 동물 가운데서도 유독 개고기에 대한 항생제 논란이 집중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에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이정미 국회의원(정의당 대표)이 공동으로 발표한 '식용 개농장' 실태조사 결과자료에 따르면 국내 개농장은 2862곳에 달한다. 이들 개농장에서 78만1740마리의 개가 식용목적으로 사육된다. 개농장 1곳당 평균 273마리다.
산속이나 외진 곳에서 사육되거나 신고 되지 않은 60㎡이하의 소규모 개농장까지 합치면 1만7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1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공장식 기업형 개농장만 77곳이고 500마리 이상인 곳까지 포함하면 422곳의 기업형 개농장이 운영된다. 카라는 이들 개농장을 통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740마리가 '식용'을 위해 도살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많은 개들은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을까. 카라에 따르면 개농장에서는 대부분 대소변이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만들어진 배터리케이지 형태의 '뜬장'에서 사육된다. 바닥망은 발가락은 물론 강아지는 다리가 빠지는 구조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개농장에서 개들의 몸길이보다 케이지의 폭이 좁아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 서 있어야 하거나 몸을 뻗을 수 없는 잔인한 감금 뿐만 아니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분뇨로 악취와 해충이 들끓는다.
■개고기 시장 항생제 관리 '사각지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는 어떤 동물도 견디기 힘들지만 개는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들의 견해다. 개는 사교성이 좋고 활동성이 강해 밀집된 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밀집된 공간 탓에 한 마리가 질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사육장 내 모든 개에 전염되고 이럴 경우 과도하게 항생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용을 위한 개 사육 및 도살이 사실상 불법이어서 개 농장의 질병 실태조사나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라는 것도 한 몫한다. 국내 개 농장 관련 질병 관리 실태에 대한 연구 자료가 전무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카라에 따르면 개농장과 환경이 비슷한 동물보호소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질병 관리가 되지 않아 외부기생충, 내부기생충,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 모든 원인균의 전염, 전파가 가능한 환경이다. 질병 관리를 위해 다량의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투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카라의 주장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사육되는 개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먹거리로도 부적합할 수 밖에 없다.
허주형 동물병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자가 진료, 즉 직접 치료를 할 수 있다. 동물 병원을 지금까지 25년 해오면서 개 농장에서 병원을 찾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병에 걸리게 마련이다.특히 집단 사육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물 약국의 치료약 판매 비율을 보면 동물 병원은 20~25%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개 농장에서 얼마나 많은 약을 사갔겠나"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항생제를 쓴 고기를 섭취하면 항생제 내성이 생긴다. 병에 걸렸을 때 등 진짜 필요할 때 항생제를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소나 돼지, 닭 같은 경우는 규제가 명확해 항생제 잔류 검사를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량 폐기하지만 개의 경우는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항생제 사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