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속인 '랜덤박스' 워치보이 우주마켓 타임메카 3개월 영업정지
2017.08.17 12:00
수정 : 2017.08.17 12:00기사원문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랜덤박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3개 랜덤박스 통신판매업자에게 3개월간 영업정지를 명령했다. 시정명령(공표명령)과 총 19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했다.
전자상거래법상 사업자의 법 위반행위로 인한 영업정지 명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3개사업자는 더블유비(온라인쇼핑몰 워치보이), 우주그룹(우주마켓), 트랜드메카(타임메카)다. 이들 3개사는 고가 상품인 '시계 랜덤박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랜덤박스는 시계·향수·화장품 등 같은 종류의 여러 상품들을 판매화면에 나열하고 이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상자(랜덤박스)에 넣어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판매자 모두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랜덤박스는 같은 가격을 지불했음에도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서로 다른 상품이 선택될 수 있다는 일종의 사행성을 띄고 있다. 이런 특성상 판매업자들은 "대박 아니면 중박! 쪽박은 없습니다", "팔자 필 인생을 위해" 등의 문구로 소비자의 사행 심리를 적절히 이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쪽박' 상품을 얻은 소비자는 애초에 자신이 원한 '대박' 상품이 없었음에도 다른 소비자가 '대박' 상품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업자가 거짓·과장 광고를 해도 임을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랜덤박스 관련 소비자 민원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신동열 전자거래과장은 "랜덤박스 3개 사업자의 위반행위가 여러 건이다. 소비자 기만성이 크다는 점, 이미 랜덤박스 등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향후 유사한 행위의 재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3개 사업자는 거짓·과장된 사실로 소비자를 유인했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이다.
더블유비 '사구박스' 상품 판매화면에 총 41개의 브랜드 시계가 랜덤박스 대상인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9개의 브랜드 시계만을 랜덤박스로 운영했다. 신 과장은 "더블유비는 마치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기 전에 미리 표시·광고한 모든 브랜드의 시계들을 박스로 포장해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무작위로 선택해 배송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고유무 등에 따라 일부 브랜드 상품만을 자의적으로 선택한 후 포장해 소비자에게 배송했다"고 말했다.
거짓 광고도 했다. '소비자가격 15만원~68만원 시계로 랜덤하게 구성', '68%는 무조건 소비자가격 30만원 이상 시계가 들어 있습니다' 등 객관적 근거 없이 일정한 확률 이상으로 높은 가격대의 시계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우주그룹은 랜덤박스 판매화면에 표시한 68개의 시계 이미지 중 24개의 시계는 소비자에게 실제로 공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랜덤박스를 구성하는 시계인 것처럼 광고했다.
트랜드메카는 '여성용 팔자박스' 상품 판매화면에 총 71개의 브랜드 시계가 랜덤박스 대상인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9개의 브랜드 시계만을 공급해왔다. 나머지 62개의 브랜드 시계는 전혀 공급한 사실이 없었다. 또 이 회사는 주문을 받은 후 재고 소진을 목적으로 당시 재고가 있는 시계들 중에서 자의적으로 시계를 선택해 배송했다.
이들은 이용후기를 조작하거나 불만족 이용후기를 아예 게시하지 않았다.
우주그룹은 우주마켓 내 이용후기 게시판에서 소비자가 작성한 '불만족' 후기를 고의로 게시하지 않았다. 신 과장은 "트랜드메카의 경우, 임의로 생성한 아이디로 마치 타임메카에서 시계 랜덤박스를 구매한 소비자인 것처럼 가장해 거짓 이용후기를 작성해 게시했다"고 말했다.
자체제작 상품의 할인율을 거짓, 과장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신 과장은 "우주그룹은 랜덤박스 이외에 자체 제작한 지갑 등을 팔면서 실제로 거래된 적이 없는 허위의 소비자가격을 마치 정상가격인 것처럼 판매가와 함께 표시했다. 높은 가격의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라고 했다.
3개 사업자 모두 상품정보 제공의무도 위반했다.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시계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표시·광고하거나 고지하지 않았다. 배송받은 시계가 화면에 표시된 상품인지 가품 또는 불량품인지 여부를 소비자는 알 수 없었다.
거짓된 사실을 알려 청약철회도 방해했다. 상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또는 받은 날로부터 3개월)내에는 취소, 환불이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랜덤박스라는 이유만으로 교환, 반품을 제한했다.
더블유비는 상품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전화로만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하다고 고지했다. 트랜드메카는 랜덤박스는 교환 및 환불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주그룹은 랜덤박스 외의 지갑·의류 등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단순변심에 의한 청약철회를 원하는 경우, 상품이 7일 이내에 업체에 도착해야만 하는 것으로 고지해 취소·환불 가능기간을 사실상 축소했다.
신 과장은 "전자거래법상 사업자의 법 위반행위에 따른 영업정지 명령은 처음이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해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랜덤박스 외에도 '뽑기 방식'이 성행하고 있는 확률형 상품과 관련, 사업자들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시정할 계획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