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의 역사, 주당들의 속풀기 총정리
2017.10.04 08:52
수정 : 2017.10.04 08:52기사원문
추석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친지들과 모이면 한두잔 기울인 술잔이 제법 쌓이는 경우가 있다. 어떤 술이던간 많이 먹으면 취하는게 당연지사. 이럴때 생각나는 것은 단골 해장국집이다.
해장국이란 보통 술 먹은 다음날 숙취로 고생중인 속을 달래기 위해 먹던 따듯한 국물 음식을 말한다.
■해장의 역사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사람들의 술 사랑은 한결 같았는지, 과거에도 해장을 위한 음식들이 존재 했다. 물론 지금 처럼 음주후 숙취를 달래는 목적의 음식은 아니라고 볼수 있지만, 식재료의 구성을 볼때 지금의 해장국과 유사하다.
조선후기를 지나 일제강점기인 1925년도에 쓰인 문헌에는 배추와 콩나물, 쇠고기 등을 밤새 푹 끓여 새벽종이 울릴 무렵 서울의 양반댁에 배달하던 효종갱이라는 음식이 등장한다. 오직 숙취 해소가 목적인 음식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해장국은 국밥의 한종류 이니 술먹고 먹으면 그게 해장국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해장국은 기본적으로 서민들의 음식이었다. 해장국은 새벽녘에 팔고, 먹는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이 시간대는 주로 노동자들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때다.
서울에는 청진동의 해장국이 유명한데, 선지와 우거지를 기본으로 끓여낸 음식이다. 대략 1940년대 무렵에 형성됐다는게 중론인데, 그 당시 종로에는 땔감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새벽에 지게 가득 나무를 지고온 나무꾼들과, 시장 한쪽구석에 내걸린 가마솥에서 뚝배기에 한가득 국밥을 퍼담는 모습이 쉽사리 떠오른다.
인천이라고 하면 차이나타운과 짜장면을 떠올리지만, 실은 해장국도 유명하다. 개항 도시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는 일제시대를 지나 6.25 이후까지도 부두 노동자들을 위한 대표 음식으로 해장국이 널리 팔렸기 때문이다.
■방방곡곡이 해장천국
명절에 지방에 내려갔다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전국 어디에나 훌륭한 해장음식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리본 서베이가 올 초 출간한 '전국 해장음식열전'은 전국의 수많은 해장용 메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서울에는 곰탕, 설렁탕, 평양냉면 등 다양한 해장 음식이 널려 있고, 경기도에는 수원식 해장국과 양평식 해장국이 대표적이다.
강원도에는 생선을 이용한 해장국이 유명한데, 그중 물곰탕이 으뜸으로 꼽힌다. 대구에는 쇠고기 사태나 양지살을 푹 끓인뒤, 고춧가루와 파를 한가득 넣은 국밥이 유명하다. 다른 지방에서는 이를 따로국밥, 대구식 육개장등의 이름으로 부르지만 현지에서는 그냥 어느집에서나 흔히 끓여 먹는 쇠고기국밥이다. 부산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돼지국밥이 일절로 꼽히고, 전주는 당대 해장국의 스테디셀러 콩나물국밥의 총 본산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