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나는 캠퍼스 언덕... 데이터로 살펴본 가장 가파른 대학은?

      2017.10.21 10:10   수정 : 2017.10.21 10:10기사원문

청운의 꿈을 가지고 입학한 대학. 하지만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도 전에 넘어야 할 언덕을 가진 학교가 있다. 수도권에서는 상명대·한양대·동국대·성신여대·안양대 등에서, 부산에서는 동서대·동의대·동아대 승학캠퍼스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학교는 구릉지나 고도가 높은 산지에 캠퍼스가 형성돼 있어 ‘등교가 아닌 등산’을 해야 할 만큼 가파르다.

학생들은 꼼짝없이 4년간 수 없이 오르고 내렸을 이 고갯길을 두고 항간에는 ‘헐떡고개’, ‘108계단’, ‘○○산악대’, ‘3단 계단’ 등의 별칭을 지어내며 나름의 추억거리를 양산하기도 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악명 높은 언덕길을 가진 대학 캠퍼스 10곳을 대상으로 ‘구글어스’를 통해 산정 거리에 따른 경사도를 측정해 보았다. 선정된 10곳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누가 가장 힘들었나’ 입씨름을 벌인 네티즌들이 추천한 학교를 대상 삼았다.
측정 거리는 보행자 중심으로 한 캠퍼스 내외 주요 경사지를 측정했다.


■ '구글 어스'로 살펴본 주요 대학별 경사도
먼저 서울권에서는 상명대가 ‘넘사벽’ 이다. 종로구 홍지동에 위치한 서울캠퍼스는 언덕이 유명할 정도로 학교 부지가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캠퍼스가 북한산의 한 줄기에 터를 마련했다. 측정 거리는 세검정 삼거리를 시작으로 상명사대부속여자고등학교를 지나 최정상까지 527m를 삼았다. 최대 기울기는 30.2%, 평균 기울기는 19.2%다. 평균 고도는 해발 120m인데 서울 성동구와 용산구에 걸쳐 남산과 연결된 매봉산이 120m다. 만약 세검정 삼거리에서 최고도인 체육관까지 걸어 올라간다면 매봉산을 등정하는 셈이다.

다행히 교내에는 에스컬레이터가 학생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고 시내버스 7016번이 학교 정문까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버스도 가득 차기 일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도 쉽지 않다.

이 덕분일까. 상명대 산악과 출신 고 고미영 산악인은 1990년대 국내 여성 스포츠 클라이밍의 일인자로 활약하다 2007년 여성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8,000 미터급 산 3개 등정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 여성 산악인의 전설로 남아 있다.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는 재성토목관을 시작으로 백남학술정보관까지 이어진 대로 429m를 잡았다. 최대 기울기는 30.2%, 평균 기울기는 19.2%다.

한양대는 구릉지에 지어진 학교 특성상 캠퍼스 전체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산재돼 있다. 그래서 캠퍼스 곳곳에 경사지와 관련된 명칭이 많다. ‘88계단’, ‘158계단’, ‘정력계단’ 등의 계단을 뜻하는 이름이 있으며 또 ‘진사로’, ‘폭풍의 언덕’, ‘미나스티리스’ 등과 같이 언덕을 뜻하는 이름도 많다. 이들은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서울권 대학 중 ‘언덕 대학’을 꼽으라면 동국대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동국대는 중구 필동 남산 줄기에 위치한다. 측정 거리는 지하철 장충단로를 시작으로 본관까지 515m를 잡았다. 최대 기울기 25.7%, 평균 기울기 9.0%이다. 보행자는 주로 동대입구역 6번출구 앞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길을 많이 이용한다.

재학생들 사이에는 학교를 ‘Mt.동국’으로 불린다. 특히 학교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뜻하는 ‘포털’이라는 비법(?)을 매년 선후배 간에 전수해 주고 있다.



성신여대는 ‘3단 언덕’이 유명하다. 가수 아이유의 ‘좋은 날’에서 보여준 3단 고음을 빗댄 말로서 정문을 통과해 운정관을 돌아 성신관에 이르는 146m 거리를 말한다. 비교적 짧은 거리이나 경사가 심해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학교에는 이 길에 칼로리 소모량을 표시해 여학생을 위로해주고 있다. 추가로 아침 첫 수업 시간에는 하이힐을 신고 이 길을 뛰어오르는 여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안양대는 입학과 동시에 ‘안양 산악인’으로 통한다. 학교 정문의 경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가파르다. 측정 거리는 삼덕로를 시작으로 정문을 지나 수봉관까지 잡은 231m로 최고 기울기는 41%, 평균 기울기는 22.3%다. 이번에 조사한 10개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행히 마의 구간인 수봉관 앞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학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 밖에도 ‘천공의 섬 라퓨타’으로 불리는 서경대, 경희대 ‘폭풍의 언덕’, 성균관대 수선관가는 오르막길, 국민대 ‘용두리 언덕’, 단국대 죽전 캠퍼스 등 많은 학교에서 20대 청춘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부산권은 거의 대부분 학교가 산지에 있다. 그중에서 동아대 승학캠퍼스, 동의대, 동서대를 비교해봤다. 먼저 동아대 승학캠퍼스가 가장 높은 기울기를 보였다. 측정 거리는 정문 ‘108 계단’을 지나 공대2호관까지 309m를 잡았다. 최고 기울기 36.9%, 평균 기울기 23.3%에 달한다.

수정산 기슭에 위치한 동의대는 상명대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버스를 내리는 정문에서 상경관까지 448m 동안 최고 기울기 29.6%, 평균 기울기 18.3%를 나타냈다.

사상구 주례동 동서대의 최고 기울기는 20.1%, 평균 기울기 9.5%에 달한다.
측정 거리는 냉정역 삼거리에서 이어진 경사로를 따라 국제협련관까지 770m를 잡았다. 다만, 동서대의 경우 횡으로 이동 시 평지라 동의대에 비해 다소 이동이 쉬운 편이다.


이 밖에도 경성대, 부산대, 신라대 등이 험준한 지형으로 손꼽힌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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