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미국산 원유 수입 본격화
2017.10.31 17:33
수정 : 2017.10.31 21:43기사원문
중동산 가격 상승과 셰일 혁명의 여파로 국내 정유사들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올 하반기 들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등으로 중동산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그동안 경제성에 발목잡혔던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정유업계 선두주자들인 SK와 GS가 미국산 수입을 이끌고 있다.
10월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원유 수출이 해제된 이후 올 들어 국내 정유사들의 본격적인 수입 확대가 전개되고 있다. 미국산 원유 수입은 지난 해 11월 GS칼텍스가 200만 배럴을 국내 정유사 최초로 수입한 이후 잠잠했다. 그러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4월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도입하는 첫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대오일뱅크의 미국산 원유 물량은 5~6월 두 차례에 걸쳐 충남 대산공장으로 들어왔다.
GS칼텍스도 지난 6월에 추가로 50만 배럴을 수입하면서 미국산 원유 도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GS칼텍스가 주도하던 미국산 원유 수입 시장은 올 하반기 들어 SK이노베이션이 가세하면서 SK와 GS의 경쟁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산 원유 수입에 신중하던 SK이노베이션은 8월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시추된 원유 100만 배럴 수입 계약을 체결한 이후 가파르게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8월 계약 물량은 최근 울산항을 통해 들어왔으며, 다음 달에는 100만 배럴, 200만 배럴 등 두 차례에 걸쳐 30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가 수입될 예정이다. 또, 12월 말에는 150만 배럴이 추가로 들어올 계획이라 SK이노베이션의 올해 미국산 원유 수입 규모는 총 550만 배럴에 이른다.
GS칼텍스도 6월에 이어 올 하반기에만 4차례에 걸쳐 43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한다. 지난 8월 100만 배럴, 9월 130만 배럴에 이어 이달에도 100만 배럴을 추가 수입했으며, 11월에도 100만 배럴이 여수항을 통해 하역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GS칼텍스의 올해 전체 미국산 원유 수입 물량은 480만 배럴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내년 1월 수입 물량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내년 초 SK이노베이션은 200만 배럴, GS칼텍스는 100만 배럴을 각각 들여올 예정이다.
미국산 원유 도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국내 정유사들(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총수입 규모도 1230만 배럴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GS칼텍스만이 수입했던 물량의 6배가 넘는다.
다만, 지난 해 우리나라의 원유 총수입량이 10억7811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산 원유 비중은 1%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올 들어 수입 의존도가 큰 중동산 원유 가격이 OPEC 감산 연장 등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산 수입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7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7달러로 배럴당 53.9달러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보다 3달러 정도 비싸다.
현재 가격 격차라면 중동산에 비해 운송비와 운송기간 등 경제성이 떨어졌던 미국산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정유사들의 판단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