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대한 편견의 벽 허물고 싶어요"
2017.11.13 15:50
수정 : 2017.11.13 15:55기사원문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떠올리는 통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탈북자 3만명 시대. 식당을 가도 만날 수 있고,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이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너무도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한민족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아직도 멀다. 편견없이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살아가야 할 이 시대. 먼저 그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공동주최로 오는 23~24일 서울 대학로 두레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의 기획을 맡은 국민대 연극영화과 정경희 교수는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뮤지컬과 같은 예술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며 제작에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탈북 청년들이 경험한 북한에서의 생활 및 가족과의 이별, 수용소 트라우마, 남한 사회에서의 적응과 정착 등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냈다.
사실 그는 이전에 연극이나 뮤지컬을 기획하거나 제작해본 적이 없는 소위 초보 기획자다. 성악을 전공한 정 교수는 국민대 연극영화과에서 학생들에게 발성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탈북 청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그를 공연 기획의 길로 나서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크지 않았어요. 시부모님이 평양에서 피난오신 실향민이셨는데 몇 년 전 시어머니의 소천 이후 그분의 일기장을 보다가 탈북민들을 돕고 싶다는 글을 발견했죠.”
시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새터민을 위한 학교에 기부를 하면서 후원의 밤에 종종 가게 됐다는 정 교수는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학생들과 교류하다보니 그 친구들이 생각보다 대학생활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처럼 단지 북한 지역의 말일 뿐인데 그런 말투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짓더라고요.”
맨처음에는 사이코드라마 연극을 통해 탈북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어느새 재직하고 있는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에서 그의 활동을 주목해 보기 시작했고 뮤지컬 제작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엔 얼떨떨했는데 하다보니 이를 더욱더 잘 키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원에 마음이 맞는 제자가 있어서 그 친구가 연출을 하고 저는 연습실 대관과 보컬 지도 같은 걸 도와주게 됐어요.”
처음이었기에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대본을 완성하고 독회 공연을 한차례 진행했다. 상업적이지도 않고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예산이 허락하는 안에서 무대를 대관해야 하니 이틀, 두 번의 공연이 전부가 됐다. 이틀짜리 공연은 배우들에게도 오히려 부담이었다. 올리는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중간에 참여하는 배우도 몇 명 교체됐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품이 무엇보다 좋다면 불편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해도 계속 재연을 통해 이어가고 싶어요. 통일에 대한 교육이 무엇일까요. 단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감동시키고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 또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마침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니 이들을 더욱 성장시켜서 함께 공연도 키워갈 생각입니다. 저는 음악과 예술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