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범 돈 빼돌린 변호사, 21억원 돌려줘라”

      2017.11.29 16:52   수정 : 2017.11.29 16:52기사원문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금융사기범의 범죄수익금을 빼돌린 변호사에 대해 "횡령한 돈을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김범준 부장판사)는 신모씨가 전모 변호사와 전씨가 속했던 법무법인을 상대로 "빼돌린 21억1078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신씨는 FX마진(해외통화선물)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 수백명으로부터 489억여원을 끌어 모은 이른바 '맥심트레이더 유사수신 사기사건'의 주범이다.



그는 범죄수익을 세탁할 목적으로 전 변호사와 '50억원의 자금을 보관하다가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해 해외에 송금한 후 돌려준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전씨는 신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자 이 돈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1억원을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 운영비 및 개인채무를 갚는데 썼다.
이어 이듬해 4월까지 대여금 반환과 차량 리스대금, 직원 급여 등 19차례에 걸쳐 총 20억7889만원을 사용했다.

이에 신씨는 전씨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전씨는 "신씨가 맡긴 돈은 사기범행 등 불법행위를 행할 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범죄수익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민법 제746조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계약 내용은 전씨가 수수료를 받고 신씨의 돈을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해 맥심트레이더 본사에 전달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계약으로 받은 돈을 불법원인급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 내용 자체에는 위법 사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신씨는 사기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챙긴 후 전씨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범행은 이미 종료된 상황이었다"며 "전씨가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신씨의 범행을 돕거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후속범행이 이뤄지게 하는 결과가 됐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더라도 자금을 맡긴 후 또 다른 범죄행위의 자금으로 사용할 것을 지시하지 않았다면 사회질서에 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사를 대표하는 직원이 업무집행으로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는 연대배상책임이 있다'는 상법 210조에 따라 전씨와 법무법인이 함께 신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관련 사건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신씨와 전씨는 각각 징역 9년과 3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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